"경기침체 위기감 확산…올해 금리인하 세 차례 이상"

입력 2025-01-14 17:55   수정 2025-01-15 01:30

한국은행의 1월 기준금리 결정과 관련해 한경 이코노미스트클럽 경제전문가들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경기 부진 우려를 고려해 3연속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가운데, 고환율 부담으로 동결할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14일 한경 이코노미스트클럽 경제전문가 20명 중 12명(60%)은 16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3.0%에서 0.25%포인트 내린 연 2.75%로 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캐슬린 오 모건스탠리 한국수석이코노미스트는 “비상계엄과 여객기 사고 등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커졌다”며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로 경기 부양에 힘을 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8명(40%)은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원·달러 환율이 높은 상황에서 고용 등 미국 경제가 탄탄해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한 영향이다.

경제전문가 20명이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평균)는 1.65%였다. 한은(1.9%)과 정부(1.8%)가 제시한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다.
올 성장률 정부 전망보다 더 하락…금리 내려 소비심리 위축 막아야
"연말 기준금리 年 2.0%" 첫 등장
한경 이코노미스트클럽 경제 전문가 중 한국은행이 1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본 사람이 더 많은 것은 국내 경제의 ‘하방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고환율과 미국 통화정책 변화 전망 등으로 1월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한 전문가도 올해 경기 부진을 우려한 점은 비슷했다. 한은이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연 3.0%인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연 2.0%로 내릴 것이란 전망도 처음 등장했다.
경기 부진 심각, “금리 내려야”
14일 한경 이코노미스트클럽 전문가 20명 중 12명(60%)은 16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 인하가 필요한 이유로는 경기 침체 우려가 꼽혔다. 전문가들은 탄핵 정국이 여객기 사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과 맞물려 올해 성장률을 평균 0.21%포인트 추가로 끌어내릴 것으로 봤다. 20명이 제시한 성장률 전망 평균치는 1.65%로 한은(1.9%)과 정부 전망치(1.8%)를 밑돌았다.

이남강 한국투자금융지주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심리 위축으로 올해 성장률이 1.3%에 그칠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하로 소비심리의 추가 위축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건설 경기가 악화하면서 투자 지연이 우려된다”며 1.5%를 올해 성장률로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을 위해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 가장 시급하다고 봤지만 정치적 교착 상태로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채권애널리스트는 “재정정책을 동원할 수 있는 여력이 제한적”이라며 “금리를 추가로 내려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짚었다.

한경 이코노미스트클럽 전문가들은 1월을 포함해 올해 한은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이상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이 제시한 평균 금리 수준은 상반기 연 2.56%, 연말 연 2.37%로 나타났다.

응답자 20명 중 9명(45%)이 한은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두 차례 인하해 연 2.5%로 내릴 것이란 의견을 냈다. 8명(40%)은 연 2.25%를 연말 금리로 제시했다. 연 2.0%까지 네 차례 내릴 것이란 의견(2명, 10%)은 처음으로 등장했다. 금리 인하가 한 차례일 것으로 내다본 전문가는 1명(5%)뿐이었다.
“미국보다 빨리 내리기 어렵다”
다만 미국 고용지표 호조에 따른 고환율 우려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지난주 말 미국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훨씬 웃돌며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크게 후퇴해 한은의 정책 여력도 축소됐다는 것이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통화정책 기조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며 “한은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주 LG경영연구원 경제정책부문장도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을 동결 이유로 언급했다.
“환율 불안으로 물가 반등 가능성도”
미국이 금리를 덜 내리는 상황에서 한국이 금리를 빠르게 내리면 환율 상승 부담이 커진다. 이날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전날보다 7원60전 하락했지만 1463원20전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외 신인도를 유지하기 위해 환율 안정이 필요하다”며 “한은이 금리를 연 3.0%로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환율 불안으로 물가가 반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금리 전망에서 채권시장 전문가와 교수 및 연구원 의견이 크게 갈렸다. 채권시장 전문가 11명 중에선 9명(81.8%)이 금리 인하를 전망한 반면 교수 및 연구원 9명 중에선 6명(66.7%)이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더 높이 본다는 의미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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