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가 오는 23일 개최 예정인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최대 쟁점 안건인 집중투표제 도입 정관변경 안건에 찬성을 권고했다. 글래스루이스가 14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 현 경영진 측의 안건에 찬성할 것을 권고하자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은 "기존 경영진에 편향적이며 논리적 모순이 있다"고 즉각 비판에 나섰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래스루이스는 이날 기관투자자에게 고려아연 임시주총 의안 분석 보고서를 보내고 이같이 의결권을 행사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집중투표제 시행을 전제로 표 분산을 방지하고 고려아연 이사회 추천 후보의 선임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사회 추천 후보 4명에게만 찬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글래스루이스는 이사회 정원을 19명으로 제한하는 정관 변경안에도 찬성했다.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 수 상한 설정은 최 회장 측이 제출한 안건들로, MBK·영풍 연합은 반대하고 있는 안건이다.
고려아연은 이에 대해 "MBK·영풍 연합이 시도하고 있는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해 반대의 뜻을 나타낸 것"이라며 환영 입장을 내놨다.
반면 MBK·영풍 연합은 글래스루이스의 고려아연 임시주총 의안 분석 보고서에 대해 "편향적이며 논리적 모순이 있다"고 즉각 비판에 나섰다. 연합은 이날 '글래스루이스 보고서 기존 경영진에 편향…논리적 모순까지'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사법당국의 조사를 앞둔 일반공모 유상증자는 물론 원아시아파트너스, 이그니오 홀딩스 등 의혹이 가득한 투자 건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채 최 회장 측 인사들로만 구성된 현 고려아연 사외이사들에 대해 독립적이라고 평가하는 등 공신력을 의심케 하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글래스루이스가 최 회장 측 인사만 구성된 고려아연 현 이사회 7명의 사외이사가 독립적이라고 표현한 부분에 대해 "기존 경영진에 대한 편향성이 보고서에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또한 글래스루이스가 보고서에서 '고려아연은 장기적 성장과 가치 창출을 달성한다는 명시된 목표를 가지고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을 선전한 반면 MBK·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새로운 벤처 기업에 대한 투자를 크게 줄이고 단기 수익을 우선시할 것을 옹호한다'고 평가한 데 대해서도 연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글래스루이스가 최 회장 측이 제안한 집중투표제를 주주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는 이유로 찬성하면서 고려아연 이사회 추천 후보 4명에게만 찬성을 권고한 것을 두고도 "모순적"이라고 평가했다.
IB 업계에서는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기관으로 평가받는 글래스루이스가 현 경영진 체제 유지에 손을 들어준 셈이란 점과 MBK파트너스의 공개 비판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영권 분쟁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의 동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의 자금원인 출자자(LP), 즉 글로벌 투자자가 글래스루이스의 보고서를 인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분석보고서를 낸 기관마저 공격에 나섰다"며 "고려아연에 대한 M&A 명분이 퇴색하고 진행에 대해 문제제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라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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