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이 미국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뇌전증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와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결합해 뇌전증 환자들을 위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이동훈 바이오팜 사장은 “유로파마와 미국 내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인공지능(AI) 기반 뇌전증 관리 플랫폼을 본격적으로 사업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로파마는 중남미 지역의 주요 제약사 중 하나다.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해 온 경험이 있다. 새로 설립되는 합작법인에서 유로파마는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AI 학습 데이터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
SK바이오팜은 이미 뇌전증 관리 AI 플랫폼 ‘제로’를 보유하고 있다. 제로는 환자의 뇌파를 AI로 분석해 발작을 미리 예측하고 환자와 보호자에게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양사는 향후 합작법인에서 제로의 기술을 고도화하고 상업화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의료현장에서 의사들이 지속적인 요청이 있던 미충족 수요가 큰 분야”라고 설명했다. 뇌전증은 환자가 이유 없이 발작을 반복적으로 일으키는 질환이다. 뇌전증 환자들이 가장 두려움은 통제가 안 되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보호자가 없는데 급성 발작이 일어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AI 플랫폼으로 발작이 일어나는 상황을 예측해 대비할 수 있다.
양사는 미국에 법인를 설립한 뒤 세노바메이트 직팜을 통해 구축된 미국 내 의료진 네트워크와 파트너십을 적극 활용해 빠르게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미 3년 이상 개발 및 법인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했다. 이 사장은 “미국 동부, 서부 실리콘밸리, 캐나다 토론토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AI 엔진 개발 등 모든 과정을 미국에서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상업화 권리는 추후 논의를 통해 양사가 나눠 가질 계획이다.
이날 이 사장은 SK바이오팜이 보유한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이 개발해 2020년 미국에서 출시한 뇌전증 치료제다. 이 사장은 “미국 현장에서 의사들을 만나면 ‘잘 듣는 약’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며 “2029년까지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SK바이오팜은 단순히 뇌전증 발작만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계 질환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중추신경계 데이터 수집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뇌전증 이외에 다른 질환으로도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SK바이오팜의 주력 개발 분야인 표적단백질분해(TPD) 신약이나 방사성의약품(RPT) 등이 대상이다. 이 사장은 “북미 시장에서 AI 기반 뇌전증 관리 솔루션을 성공적으로 선보이겠다”라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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