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브레드 피트에 속아…12억 송금, 남편과 이혼까지

입력 2025-01-15 06:39   수정 2025-01-15 06:40



프랑스의 50대 여성이 미국 유명 배우 브래드 피트를 사칭한 사기꾼에게 12억원을 날리고, 남편까지 잃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14일(현지시간) 프랑스 해외령 레위니옹에 사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안(가명·53)의 사기 피해 사례를 전했다. 사기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DM이 사용됐다.

안은 2023년 2월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하고 겨울 휴가 사진을 게재했다. 이후 브래드 피트 어머니 이름인 '제인 에타 피트'의 가짜 계정에서 연락이 왔고, 이튿날에는 브래드 피트라고 소개하는 프로필을 쓰는 계정에서 "어머니가 당신에 대해 얘기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이후 브래드 피트 프로필을 사용하는 계정 사용자로부터 정기적으로 "당신을 원한다"는 사랑의 시가 보내져 왔다. 또한 이 사용자는 남편과 달리 안의 작품에도 관심을 보였다. 여기에 가짜 사진과 가짜 여권 사본까지 보게 되면서 사칭 계정을 그대로 믿어버리게 됐다.

가짜 브래드 피트와 사랑에 빠진 안은 결국 남편과 이혼했고, 브래드 피트와 새로운 삶을 꿈꿨다. 안은 방송사 TF1과 인터뷰에서 "그는 여성과 대화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며 "이런 글(사랑의 메시지)을 쓰는 남자는 정말 드물다. 그 남자를 사랑했다"고 말했다.

안이 부자 남편과 이혼하면서 위자료로 77만5000유로(약 11억6000만원)를 받았다고 브래드 피트 사칭자에게 알렸고, 가짜 브래드 피트는 각종 명목으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안에게 돈을 요구했다.

안은 "할리우드 배우가 튀르키예 계좌로 돈을 보내달라는 말에 의문이 들기도 했다"면서도 "당신 없이는 살 이유가 없다"는 그의 말에 수개월에 걸쳐 83만유로(약 12억원)를 송금했다.

안은 지난해 여름, 진짜 브래드 피트가 공개 연애 중인 이네스 드 라몬과 함께 찍힌 사진을 보고서야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안은 정신적인 충격을 받고 세 차례나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고, 중증 우울증 전문 클리닉에 입원하기도 했다.

안은 사기꾼을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하는가 하면, 법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온라인 모금 운동도 시작했다.

가짜 브래드 피트에 속아 거액의 사기를 당한 사람은 안 외에도 여럿이다. 지난해 9월 스페인 수사 당국은 브래드 피트를 사칭해 두 여성에게 32만5000유로(약 4억8000만원)를 가로챈 일당 5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브래드 피트 온라인 팬페이지에서 만난 여성에게 접근한 후 다양한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사기를 쳐 돈을 뜯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여성들의 SNS를 연구하고, 애정 결핍이 있고 우울한 상태에 있는 사람을 물색해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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