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든, 4년 만에 '테러지원국서 쿠바 제외' 방침 발표

입력 2025-01-15 09:26   수정 2025-01-1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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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4년 만에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쿠바를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쿠바 정부는 이번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경제 봉쇄 등 근본적 제재까지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재집권한 이후 쿠바에 대한 제재가 다시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美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진 쿠바
1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14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에 이같은 방침을 통보했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은 ‘쿠바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철회’ 메모에서 “쿠바는 지난 6개월간 국제적 테러 행위에 대한 어떤 지원도 제공하지 않았다”며 “쿠바 정부는 향후 국제 테러행위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여러 차례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렸다가 제외해 왔다. 1982년 3월 남미 내란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쿠바를 테러지원국에 포함했다가, 버락 오바마 정부 시기인 2015년 33년 만에 제외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임기 종료 직전인 2021년 1월 쿠바를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바이든 정부의 이번 조치는 쿠바 정부가 가톨릭의 중재로 정치범을 석방하기로 한 협상에 해당한다. 미국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쿠바는 정치범 수십명 등 미국 정부가 부당하게 구금됐다고 여기는 인사들을 바이든 정부 임기가 종료되는 20일 정오 이전까지 석방할 것으로 보인다.

쿠바에 부과한 경제 압력도 완화된다.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 무기 수출 제한, 이중 용도 물품 수출 통제, 미국의 원조 지원 제한, 금융 관련 제한 등의 제재가 부과된다.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면 이같은 제한이 풀리고, 미국의 금융 시스템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쿠바 정부, '환영' 의사 표시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정부는 “올바른 방향”이라며 환영하고 나섰다. 쿠바 외교부는 이날 관영매체에 성명을 발표하며 “미국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쿠바를 제외하기로 한 것과 제3국에도 영향을 미치는 쿠바의 제한 기관 목록을 삭제하기로 한 방침은 올바른 결정”이라며 “쿠바 정부는 이와 관련한 모든 분의 기여와 세심한 배려에 감사를 표한다”고 발표했다.

더 나아가 근본적인 제재까지 거둘 것을 요구했다. 쿠바 정부는 “자국민 금융 거래와 관련한 보복 조처, 연료 수입 방해, 공중 보건 시스템에 대한 위협, 자국 내 정박하는 상선에 대한 제약 등이 여전히 있다”며 “불법 봉쇄라는 근본적인 장애물까지 걷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쿠바 정부는 2025년 가톨릭 희년을 맞아 553명의 수감자를 단계적으로 석방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교황청에 보냈다. 가톨릭교회는 25년마다 정기 희년을 선포하고 수감자 석방을 거행해왔다. 50년마다 특별한 해를 정해 노예 해방을 선포하고 빚을 탕감하던 고대 히브리 전통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다시 뒤집힐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무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공화당 소속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쿠바에 대한 제재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루비오 상원의원의 부모는 피델 카스트로가 쿠바 혁명 뒤 집권하기 전 미국으로 이민을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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