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앞두고 8대 설 성수품 중 5개 품목이 작년보다 비싸진 것으로 나타났다. 설이 다가오면서 수요는 점차 늘고 있는데, 지난해 이상고온과 작황 악화로 공급량은 줄어서다. 연초부터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설 차례상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무 121%·배 33% 상승
1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8대 설 성수품(배추, 무, 사과, 배,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계란) 중 무 가격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14일 기준 전국 대형마트·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무 가격은 개당 평균 3205원이다. 1년 전보다 121.19% 올랐다. 두 번째로 많이 오른 배추는 전년 대비 76.52% 상승해 포기당 4916원을 기록했다.
주 원인은 이상고온으로 인한 공급량 감소다. 설날을 앞두고 시장에 풀리는 월동 무와 배추는 보통 늦여름이나 가을에 모종을 심고, 겨울에 수확한다. 지난해 추석 이후까지 폭염이 이어지면서 생장이 지연됐다는 설명이다. 최근 김치 제조업체들이 배추 대량 구매에 나서면서 재고량이 감소한 것도 소매가를 밀어올렸다.
배, 소고기, 돼지고기도 일제히 비싸졌다. 설 선물세트에 많이 사용되는 배는 14일 기준 개당 평균 가격이 4251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07% 올랐다. 지난해 이상고온으로 배 농가에서 일소(햇볕 데임) 피해가 발생하면서 저장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소고기(1등급 안심·100g당 1만2882원)과 돼지고기(앞다리살·100g당 1492원)도 각각 전년 대비 7.70%, 5.22% 상승했다.
특히 소고기는 지역별 가격 편차가 컸다. 서울에선 1만3138원, 충남에선 1만1556원으로 최대 1500원 차이가 났다.
○정부, 물량방출·할인 지원 추진
이에 비해 사과, 닭고기, 계란 가격은 저렴해졌다. 지난해 초 가격이 치솟으면서 ‘금사과’로 불렸던 사과(부사)는 개당 2679원으로 작년보다 소폭 내렸다. 사과 수확시기는 10~12월로 배(9~10월)보다 늦기 때문에 열과 피해가 적었다. 닭고기는 ㎏당 5655원으로 전년 대비 0.42%, 계란은 10구당 3256원으로 2.92% 하락했다.설 성수품의 절반 이상이 비싸지면서 설 차례상 비용도 상승할 전망이다. aT가 이날 발표한 설 차례상 차림 비용 조사 결과에 따르면 4인 가족 기준 비용은 전통시장 18만8239원, 대형 유통업체 21만8446원으로 지난해 대비 각각 2.6%, 5% 상승했다.
정부는 비축물량 방출 등 가격 안정화에 나섰다. 가격이 크게 오른 배추와 무는 하루 200t씩, 총 1만1000t을 시장에 풀기로 했다.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엔 약 600억원 규모의 할인 지원금을 지급해 주요 품목의 가격을 40~50% 낮추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비상계엄과 무안 제주항공 사고 등으로 연말연초 특수를 놓친 유통업체들도 설 특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바이어가 직접 경매에 참여하거나,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품목으로 선물세트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낮췄다. 이마트는 샤인머스캣 세트 가격을 작년보다 20% 내리고, 가성비 높은 돈육세트 물량을 2배 늘렸다. 홈플러스도 시세가 저렴한 애플망고, 한라봉, 천혜향 등을 중심으로 선물세트를 출시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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