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된 지 23년 된 셀트리온이 글로벌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에서 139년 전통의 스위스 산도즈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두 회사는 바이오시밀러 역사에서 각각 세계 최초의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향후 성장 계획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산도즈는 복제약 사업에만 집중하는 반면 셀트리온은 종합 제약사로 거듭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2013년 세계 최초로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유럽 승인에 성공했다. 셀트리온은 모든 바이오시밀러를 직접 개발한다. 셀트리온이 허가 획득 및 허가 권고를 받은 제품은 램시마, 램시마SC(미국 제품명 짐펜트라), 유플라이마, 스테키마, 앱토즈마, 허쥬마, 트룩시마, 베그젤마 등 총 11개다.
산도즈는 셀트리온보다 항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후발 주자이다. 직접 개발하는 제품도 있지만 빠른 시장 침투를 위해 외부에서 판권을 들여오는 경우도 많다. 제슬리, 하이리모즈, 타이루코, 엔지뷰, 와이오스트 피즈치바 등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초엔 코헤러스의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 시멀리를 1억7000만달러와 재고 가치에 상응하는 금액을 투입해 인수했다.
산도즈는 유럽과 미국에서 화학의약품의 제네릭뿐만 아니라 주사제 및 호흡기 제품 등 복합제네릭에서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2023년 매출 96억달러 중 제네릭은 77%, 바이오시밀러는 23% 비중을 차지했다. 산도즈는 2028년 전체 매출의 30%까지 바이오시밀러 비중을 확대하고 2030년까지 30개국 이상에서 바이오시밀러 채택을 최소 30% 이상 늘리는 것이 목표다.
셀트리온은 서정진 회장이 외환위기로 대우그룹에서 퇴직한 후 2002년 설립했다. 단돈 50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해 현재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빅파마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 글로벌 사업 비중이 높은 한국 바이오 회사 중 유일하게 대기업 자본 없이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전문 회사를 넘어 종합 제약사로 도약을 준비 중이다. 2030년 바이오시밀러는 총 22개 제품으로 확대하고 자체 개발 신약까지 출시해 기존 대비 매출을 5배로 늘린다는 목표다. 지난해 12월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자회사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을 출범했다. 셀트리온은 항체약물접합체(ADC), 이중·삼중항체 등 모든 차세대 모달리티(치료접근법)의 CDMO에 진출할 계획이다. 스위스 론자 등 세계 톱 CDMO 경쟁사를 앞지르는 것이 목표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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