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서울 강동·은평·강서, 경기 광교·미사 등에 고급 시니어타운과 요양시설이 잇따라 들어선다. 특히 금융권의 요양시설 사업 진출이 눈에 띈다. 입주자의 자산관리, 신탁, 증여, 상속 등과 연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KB금융은 강동·은평과 경기 광교에 총 468명이 머무를 수 있는 요양시설을 짓는다. 신한금융은 연내 하남 미사에 60여명 규모 요양시설을 완공한다. 하나금융은 올해 주간보호센터를, 내년엔 서울 근교에 고급 시니어타운을 오픈할 계획이다.
KB생명 자회사인 KB골든라이프케어는 오는 4월 서울 은평뉴타운에 총 144명이 머무를 수 있는 '은평빌리지'를 개소한다. 1인실 56명, 2인실 88명 규모다. 연초부터 입소 신청도 받고 있다. 북한산 자락에 위치해 조망을 갖췄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친환경 자재로 지었으며 1~6층을 관통하는 중정과 선큰으로 자연환기가 가능하다.
간호사와 작업치료사, 물리치료사가 상주하며 재활을 돕고 일상에 활력을 주기 위해 원예치료, 운동회 등 각종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오는 7월엔 경기 광교 아주대병원 앞에 180명 규모 광교 빌리지를 오픈한다. 아주대병원 요양병원이 건물 바로 옆에 붙어있을 정도로 우수한 병원 접근성이 강점이다.
10월에는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지구에 144명 크기 강동 빌리지가 문을 연다. 2019년 위례 빌리지를 시작으로 2021년 서초 빌리지를 개소한 데 이어 본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선 것이다. 3개 요양시설 모두 기존 위례 빌리지나 서초 빌리지처럼 거실을 둘러싸고 개인실이 위치하는 유닛형 구조가 적용된다.
신한라이프 자회사인 신한라이프케어는 올해 경기도 하남 미사에 60여명 규모 요양시설을 연다. 미사조정경기장 근처 조정대로변(1670㎡)에 지하 2층~지상 3층, 5224㎡ 규모로 올해 10월 준공 예정이다. KB골든라이프케어의 '빌리지'처럼 중증 노인성 질환으로 혼자 생활이 어려운 고령자가 대상이 될 전망이다. 주변에 미사중앙초와 미사중, 주택가, 근린생활시설, 지식산업센터가 모여있다. 신한라이프케어는 하남 미사에 이어 2027년엔 은평점 오픈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은평점은 아직 착공 전이다. 이외에도 추가로 도심형 요양시설 2곳과 시니어타운 2곳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생명도 '하나 더 넥스트'라는 시니어 특화 브랜드를 내걸고 요양사업에 뛰어들었다. 연내 주간보호센터 사업을 시작하고, 내년엔 서울 근교에 고급 요양시설을 오픈하는 게 목표다. 올해는 메이필드 호텔 서울(정림개발)이 호텔 바로 옆에 있는 '메이필드 호텔 스쿨' 건물을 시니어타운 '더해든'으로 다시 짓는데, 하나은행은 입주자에게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자산관리 및 상속 설계 특화 부서인 '리빙트러스트센터' 전문가들을 집중 투입한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 지역 아파트 세대주 대부분은 60대 이상"이라며 "시니어타운 사업은 이들을 대상으로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최근 추세"라고 설명했다.
시니어타운과 요양시설 공급은 올해 이후로도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조만간 은평뉴타운에 시니어타운 공사를 시작한다. 2027년 말쯤 완공할 예정이다. 지하 6층~지상 14층, 노인형 복지주택 214가구(임대)와 근린생활시설, 문화·업무시설 등으로 구성된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다른 은평뉴타운 내 다른 사업지에도 시니어타운 인허가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동구 강일동에 '벨포레스트' 요양원을 운영 중인 종근당케어도 수도권에 신규 요양원을 인수할 계획이다.
금융권을 비롯한 기업이 요양시설 건립에 적극적인 건 '돌봄 수요'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요양시설 정원 대비 2030년 부족 예상 인원은 약 14만8000명에 달한다. KB골든라이프케어 관계자는 "고액 자산가들이 시니어타운에 들어가기보다 여전히 원래 살던 '부촌'에 머무르길 원하는 수요가 많지만 요양시설은 다르다"며 "장기요양등급을 받게 되면 증여·상속 계획을 짜고 요양시설에 들어가는 게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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