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5성급 호텔인 '안다즈 서울 강남' 시공을 맡겼던 GS건설에 공사 계약 변경 및 공사 기간 지연에 따라 공사비 77억여원을 추가로 지급하게 됐다. KT는 GS건설 외에도 쌍용건설, 한신공영 등과 추가 공사비를 놓고 마찰을 빚고 있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대형로펌들, 4년 6개월간 법정 공방 … 법조계 '관심'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5부(부장판사 김경수)는 최근 GS건설이 KT를 상대로 제기한 공사대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GS건설이 청구한 공사대금 98억4378만여원 중 76억7127만원과 이자를 KT가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소송비용은 GS건설이 30%, KT가 70% 부담할 것을 명했다.해당 사건은 각사가 선임한 대형로펌들이 4년 6개월간 치열한 법정 공방을 이어가면서 법조계 주목을 받았다. KT측은 법무법인 지평, GS측은 법무법인 세종이 각각 대리했다.
KT는 2016년 서울 신사동 KT신사지사 부지에 호텔 건립을 계획했고 2016년 7월 GS건설과 1100억원대 공사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준공 예정일은 2019년 4월 중순이었다.
양사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세 차례 공사 변경계약을 했고 계약금액은 1206억원으로 불어나 준공 예정일도 연장됐다. GS건설은 2019년 7월에야 안다즈 서울 강남 호텔을 준공했다.
GS건설은 KT의 요청에 따라 설계변경을 했고 건물을 시공했다며 추가공사비 약 90억원 지급을 요구했다. 공사기간이 103일 연장됐으므로 이에 따른 간접공사비 약 8억4000만원을 청구했다.
KT는 공사 항목별로 GS건설이 산정한 단가가 너무 높다고 주장했다. 또 GS건설의 귀책 사유로 설계변경을 하게 됐다며 GS건설 측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GS건설은 2020년 5월 법원에 약 98억원대 공사대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공사비 절감했고 KT가 승인" … 법원, GS건설 측 주장 대부분 인용
법원은 GS건설 측의 주장을 대부분 인용했다. GS건설의 청구한 추가 공사비 청구액 98억원 중 약 71%(77억원)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KT는 GS건설이 공사비를 과하게 책정하지 않고 오히려 절감할 수 있는 신기술 및 신공법 설계변경을 제안했고 KT가 이를 검토·승인해 설계변경 및 시공이 이뤄졌다"고 판시했다.
KT측의 요구로 설계를 변경하며 추가 공사비가 발생하고 기간도 길어졌다는 시공사 측 주장도 대부분 받아들여졌다. 재판부는 "원고가 설계변경 사유 내용 조정 계약금액 등을 기재해 승인을 요청하는 실정보고서를 제출하고, 감리단의 검토와 공정회의를 거쳐 피고의 설계변경 승인에 따라 시공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설계변경에 따른 추가공사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또 실정보고서에 '발주자 필요에 의한 설계 변경'으로 사유가 명시된 점을 들어 "피고의 필요에 따라 이 부분 항목들의 설계 변경이 이뤄져 시공 방법이 변경·추가됨으로써 원고의 공사량이 증가했다"며 추가 공사비 지급 의무가 있다고 봤다.
당시 판결에 불복한 KT는 지난달 12일 항소했지만, 하루 만에 항소를 취하해 판결이 확정됐다.
KT, 쌍용건설·한신공영과도 공사비 분쟁
KT는 다른 시공사들과도 추가 공사비를 놓고 갈등이 계속 되고 있다.쌍용건설은 2023년 4월 준공한 KT 판교 신사옥에 대해 추가 공사비 171억원을 요구했지만 KT측은 '물가변동배제특약'을 내세우며 거부했다. 물가변동배제특약은 계약 체결 당시 물가가 변동하더라도 공사비나 계약금을 조정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KT측은 쌍용건설에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하고, 쌍용건설도 공사대금 청구 반소를 제기해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후 법원 조정에 회부됐으나 결렬되면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7부(부장판사 손승온) 심리로 오는 내달 14일 첫 변론기일이 열린다.
자회사인 KT에스테이트 역시 부산 초량의 오피스텔 개발사업 시공사인 한신공영과 추가 공사비 140억원을 놓고 법정 분쟁을 벌이고 있다.
다만 두 소송의 경우 물가변동 배제특약 효력을 둘러싼 해석 차이가 핵심 쟁점이기에 이번 GS건설 소송과는 양측의 대립점이 다르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KT 관계자는 "법원 판단을 존중하며, 당사는 판결 결과에 따라 공사비 지급을 완료했다"며 "이 소송은 설계 변경 등에 대한 추가 공사비 규모에 대한 소송으로 타 건설사와 진행 중인 소송은 별개인 건"이라고 밝혔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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