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빅뱅 출신 탑(본명 최승현)이 마약부터 복귀까지 불거진 논란에 직접 답했다.
탑은 1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 시즌2(이하 '오징어게임2')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이런 자리에 나왔다"며 "모든 걸 다 말하겠다"면서 90도 인사를 했다.
탑이 작품으로 인터뷰를 하는 건 2014년 영화 '타짜-신의 손' 이후 11년만이다. 탑은 군 복무 중에 있었던 대마초 흡연과 약물 남용, 군 부실 복무, 은퇴 선언과 '오징어게임' 캐스팅 특혜 의혹, 연기력 논란까지 최근까지 겹겹이 쌓인 그를 둘러싼 사안들에 대해 어떤 말을 할지 관심이 쏠렸다.
특히 '오징어게임2' 공개 후에도 탑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극중 약쟁이 래퍼 타노스 역을 맡은 탑의 연기가 지나치게 과장돼 극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탑은 예상됐던 질문에는 공부한듯 준비된 장문의 답변을 내놓았다. 과거의 은퇴 선언에 대해 "진심으로 무너져 있었다"며 "오디션 제안을 받아 참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캐스팅 소식이 알려진 후 (인맥) 논란이 불거졌을 때 그만두려고도 했다"며 "감독님께서 저와 함께 타노스라는 캐릭터를 디자인하고, 믿어준 부분에 보답을 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면서 끝까지 촬영장에 남게된 이유를 밝혔다.
다만 "그동안 소통창구인 SNS를 통해 왜 진지하게 사과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는 당황한듯 30초 가까이 답하지 않다가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답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오랜만이다.
11년 만에 인터뷰다. 어제도 꿈같고 오늘도 꿈같다. 진솔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저의 진심을 전달했으면 하는 마음 뿐이다. 저 또한 신중한 마음으로 고민도 많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이자리에 왔다. 적당한 시기를 찾아서 인사하고 싶었는데, 늦어진 점에 송구스럽다. 모든 걸 다 말하겠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
▲ 앞서 황동혁 감독이 인터뷰에서 "탑씨는 잘 준비해서, 깊이있는 대화로 접근해야 한다"고 인터뷰에서 말한 게 영향을 끼친건가.
여러가지로 작용을 한 거 같다. 무엇보다 지금쯤은 얘기를 하는 게 도리인 거 같았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너무 오랜만에 나서다 보니 두려움도 있었다.
▲ 탑이라는 이름이 공개된 후 캐스팅부터 논란이 됐는데, 어떻게 봤을까.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그 안에서 반성의 시간이 있었다. 책임감으로 했던 거 같다.
▲ 타노스가 '약쟁이 래퍼'라는 설정이라 실제 이력과 맞닿는 부분이 있어 거부 반응이 더 컸던 거 같다.
제작사를 통해 오디션 제의를 받고, 그 캐릭터 설명을 봤을 때 고민이 많이 됐다. 부끄러운 과거와 직면해야 하는 캐릭터였고, 어찌됐든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이미지 박제가 될 수 있는 캐릭터다보니 인간적으로는 많은 고민과 망설임이 있었다. 그런데 운명적으로 저에게 온 캐릭터가 아닌가 싶어서 오디션 테이프를 찍어 보내드렸고, 그래서 미팅을 갖고, 고민 끝에 감독님께서 '한번 더 테이프를 찍어 보내달라'고 했다.
▲ 캐스팅 발표 후 본의아니게 이정재, 이병헌의 친분 캐스팅이였다는 얘기가 나왔다.
캐스팅 관여나 전혀 관련이 없는 대선배들의 이름이 언급된 건 송구스러웠다. 저조차도 당시엔 무너질 거 같은 심경이었다. 그래서 하차를 할까도 생각했고, 긴장도 많이 됐다. 그래도 감독님께서 저와 함께 타노스라는 캐릭터를 디자인하고, 믿어준 부분에 보답을 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
▲ 두 사람과 촬영장에서 다시 만났을 텐데, 재회한 후 어떤 얘기를 했을까.
워낙 정신이 없었다. 촬영장에는 많은 배우들이 있다. 함께 의지하면서 으쌰으쌰하면서 찍었다.
▲ 캐스팅이 더 논란이 된 건 이전의 은퇴선언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의 잘못된 과오로 생겼던 일로 많은 사람들과 가족들에게 커다란 상처와 실망을 드린 것도 사실이었다. 과거 멤버들에게도 큰 피해를 끼쳤다. 그 당시엔 제가 20대때 찬란한 영광을 누리기도 하고, 과분한 사랑도 받았지만, 저의 추락과 몰락의 과정 또한 처음이라 한번도 가본적이 없어서 어둠의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그 당시엔 무너져 있었고, 다시 일어설 힘이 없었다. 모든 걸 다 그만두고 싶었다. 그 와중에 일부 컴백을 기다리는 분들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고, 소통 창구가 SNS밖에 없었는데, 그 당시 제가 어려워서 경솔하게도 판단력이 없었던지라 그렇게 내뱉은 말에 반성하고 부끄럽게 생각한다.
▲ 그러면 은퇴는 진심이 아닌건가.
진심으로 무너져 있었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여러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있었고. 그래서 '오징어게임'이라는 작품에 출연하는 게 더 조심스럽고, 부담스럽고, 걱정스러웠다.
▲ 다시 복귀를 결심한 계기가 있었나.
횟수로 10년이란 시간 동안 아무도 저라는 사람을 쳐다봐주지 않던 시기가 있었다. 황동혁 감독님께서 처음 손을 내밀어 주셨고, 감독님이 주신 용기와 저를 믿어주신 믿음이 있기에 저 또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거기에 보답하는 게, 배우는 쓰여지는 직업이다보니, 잘 해내야겠다 싶었다.
▲ 논란을 자처한 부분 중 빅뱅을 부정한 것도 있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저라는 사람은 빅뱅이라는 팀과 전 회사에 제가 저지른 과오로 인해 너무나도 큰 피해를 줬다. 그래서 수년 전부터 소속사와 멤버들에게 더이상 피해를 줄 수 없다는 마음으로 팀을 떠나겠다고 한 거다. 이제 저 혼자서 무언가를 해나가고, 그 후의 뭇매는 저 혼자 감내해야 하는 거다. 제가 다시 피해를 준 팀으로 돌아가면 저라는 사람의 과오가 멤버들에게도 붙는 게 면목이 없고, 스스로에게도 괴로움이 크다. 재결합을 원하는 팬이나 이런 글을 볼 때 저조차도 가슴이 아팠다. 왜냐면 저로서는 확실하게 해두고 가고 싶었지만, 이렇게 얘기를 할 창구가 전혀 없었다. 재결합을 원하는 팬들의 글과 멤버들의 사진을 볼 땐 죄책감이 들고, 헤어진 가족 사진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런 방법을 택한 것도 경솔했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렇다. 멤버들과는 연락도 안하고 있다. 저도 미안한 마음이 크고 있어서 선뜻 연락하진 못한다.
▲ 탈퇴 과정에서 대화는 없었던 건가.
조금 애매한 부분들이 있다. 이 자리에 있지 않는 멤버, 사람들에 대해 말하는 게 경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복무요원에서 소집해제가 된 후 부분부터 5년~6년 전에 떠나겠다고 얘기해왔다.
▲ 그동안 SNS를 통해 사과나 진심을 전하는 방법도 있었을텐데 하지 않았다.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던 거 같다. 솔로 가수도 아니고, 조심스러웠던 부분이 많았다. 자칫 잘못하면 경솔해 보일 수 있고.
▲ 비활동 시기에 탑이 언급될 때마다 비난이 쏟아졌다. 억울하진 않았나.
억울하지 않다. 그만큼 과분한 사랑과 영광을 얻었다. 그에 따른 비난도 달게 받아야 한다 생각한다.
▲ 그렇게 어렵게 복귀했는데 연기력 논란이 불거졌다.
모든 호불호에대한 평에 대해서는 당연히 평가받아야 하고, 겸허히 받아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독님과 많이 상의를 했고, 치밀하게 디자인했다. 시나리오 상에서도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캐릭터였고, 비현실적이고 만화적이었다. 타노스는 화려하고 멋있는 래퍼가 아닌 실패한 인생의 '힙합 루저'였다. 그래서 우스꽝스럽게 디자인했다.
▲ 랩도 직접 만든 건가.
랩도 시나리오에 있던 거였다. 타노스의 정신연령은 짱구 수준이라, 짱구가 랩을 하는 걸 표현했다. 오그라드는 걸 강조하고 싶어서 그렇게 한 거다. 저도 30대 후반인데 그런 랩을 하는게 민망했지만, 제가 맡은 역이라 최선을 다했다.
▲ 약을 하는 연기는 어떻게 했을까.
그 장면을 찍는 거자체가 수많은 배우, 스태프 앞에서 하는 게 부끄러운 과거와 직면하는 순간이라 힘들었다. 그래도 캐릭터를 연구를 깊게 했고, 타노스가 복용하는 약물은 강력한 거라 준비하면서 많은 자료를 찾아봤다. 그런 약물에 의존하면 치아 손상도 돼 있고, 초조하고, 극도의 불안감과 무기력함, ADHD 증상도 나타난다는 특징을 알게됐고, 투약하기 전과 후를 다르게 연기하려고 했다. 말하는 리듬감, 발음도 미국 남부 지역 힙합 래퍼들 중 마약을 하는 사람들처럼 발음도 일부러 흐리면서 의도적으로 한 거였다.
▲ 임시완과 격투 장면에서 갈비뼈가 부러졌다고 했다.
간단한 처치를 받고, 많은 배우가 함께하는 장면이라 책임감을 갖고 끝까지 했다. 임시완 씨도 액션 경험도가 높다보니 함께 찍으면서 의지하면서 으쌰으샤 기분좋게 했다.
▲ 그런데 죽어버려 시즌3에는 나오지 않게 된다.
나쁜짓 많이 했는데, 오래사는 것 또한 그런 거 같다. 너무 까불었다.
▲ 복귀 후 예상보다 더 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그것에 대해 상처받은 팬들에게 그 마음을 위로해드리고, 다시 치유해드리는 것 또한 저의 책임감이라는 생각을 한다. 아직까진 정확하게 말할 수 없지만 곧 그런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 오랜만에 연기하는 자신의 모습을 봤을 듯하다.
객관적일 수 없지만, 국내외 호평, 혹평을 모니터하면서 참고하고, 그걸 발판삼아 성장하려 노력 중인다.
▲ 부모님 반응은 어떻던가.
캐릭터가 캐릭터인지라 좋아하진 않았다. 아직까진 표현을 아끼시는 거 같다. 기뻐하실 수도 없고, 그동안 너무나도 큰 상처를 드린 가족이었다.
▲ 앨범 발매도 예고했었다.
지난 7년 동안 거의 사회생활을 단절한 채 집과 제 음악 작업실에서만 살다시피했다. 어둠 속에서 음악 작업만 했고, 제가 음악을 만들 때, 마이크 앞에 있을 때 유일하게 제가 숨을 쉴 수 있었다. 제가 살기 위해 음악을 만들었다. 그 어두운 마음과 쓰라린 고통의 시간을 보내며 엄청나게 많은 곡을 만들었다. 그걸 들려드리는게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
▲ 다가오는 40대에 대한 계획은 어떨까.
저에게 30대는 잃어버린 시간이었다. 그동안 뼈저리게 큰 수치심으로 스스로에 대한 모멸감과 함께 반성의 시간을 겪었다. 음악을 만들며 치유받았고, 그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고, 그런 바람으로 저의 40대를 상상해보자면,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년으로서 건실하게, 안정적으로 살아보고 싶다. 균형있는 식단, 꾸준한 운동,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한다.
▲ 30대엔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시기를 보냈을거란 우려도 있다. 이제 심리적으로 완벽하게 회복한걸까.
완벽하진 않지만 많이 단단해졌다고 생각한다. 음악 뿐 아니라 가족과 친구들이 큰 힘이 됐다.
▲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음악이 저의 빅뱅 마지막 프로젝트라 생각해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를 내놓고 회사와 일을 마무리했는데, 아직도 팬들은 재결합을 원하고 희망을 갖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SNS를 보면 저와 멤버들을 항상 태그를 해서 붙어 있는 사진이 많다보니, 아직도 죄책감이 있는데, 그 사진을 보는 게 헤어진 가족 사진을 바라보는 건 당사자가 아니면 느끼지 못할 거라 생각한다.
▲ 달나라 프로젝트가 무산됐다. 아쉽진 않나.
오랜시간 준비했던 건 사실이다. 우주선 자체가 너무 지연되다 보니 그 안에 걸린 계약서만해도 수백장이었다. 신체포기각서부터 가족 동의서, 함께하는 8명의 아티스트들의 그 어떤 활동도 못하는 계약이 묶여 있었다. 그래서 그걸 취소하는게 맞다고 판단해서 취소한거다. 오히려 자유로워 진거다.
▲ 차기작으로 얘기 중인게 있을까.
정해진 건 없다.
▲ 앞으로 그런 논란이 없을 거라 다짐할 수 있을까.
다짐할 수 있다. 제가 제 입으로 말하는 것도 경솔하지만, 제 잘못으로 팀을 떠난 것에서 오해 아닌 오해도 있었다. 이 자리를 통해서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어서 앞으로 그런 오해는 없을 거 같다.
▲ 탑과 최승현 중 어떻게 불리고 싶을까.
둘다 제 이름 같다. 이름과 상관 없이 안정된 모습이 되고 싶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포털에 제 나쁜 기사가 나오지 않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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