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환경 폐기물 M&A 시장 전망 [삼일 이슈 프리즘]

입력 2025-01-15 10:12  

이 기사는 01월 15일 10:1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근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중심으로 폐기물·수처리 등 환경 관련 기업의 인수합병(M&A)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IMM 컨소시엄(IMM프라이빗에쿼티·IMM인베스트먼트·IMM크레딧앤솔루션)은 태영그룹과 KKR이 각각 지분의 절반을 보유한 국내 매립시장 1위 사업자 에코비트를 2조7천억 원에 인수했다.

이 밖에도 글로벌 사모펀드인 EQT파트너스가 지난해 하반기 플라스틱 폐기물 전문기업 KJ환경을 1조 원에 인수했으며, 어펄마캐피탈과 더함파트너스 컨소시엄은 국내 최대 규모의 폐기물 매립업체 제이엔텍을 약 5천억 원에 인수했다. 최근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는 부방그룹의 수처리 회사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성장성·희소성·수익성 높은 폐기물 산업
환경 폐기물 시장에서 M&A가 활발해진 시기는 2010년부터다. JP모건이 다수의 폐기물 업체를 인수해 EMK를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맥쿼리PE, 어펄마캐피탈, 앵커PE 등 대형 PEF들이 소규모의 영세한 폐기물 업체를 인수합병하면서 대형화 및 기업화에 성공했다. 2020년 이후에는 기존 PEF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시기가 맞물리면서 SK에코플랜트(리뉴어스), 태영그룹(에코비트), IS동서(코엔텍) 등 대형 전략투자자 중심으로 M&A가 활발히 진행됐다.

지난 10년간 국내 폐기물 산업은 인허가로 인한 진입 장벽이 높은 편으로 희소성 있는 산업으로 여겨졌다. 또한 소득 수준이 늘어나면서 높은 성장성을 가질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소각장의 평균 감가상각전영업이익(EBITDA) 비율이 40~50%, 매립장은 70~90%에 육박할 정도로 수익성이 높고 현금흐름 창출 능력이 안정적인 편이다. 무엇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시장 트렌드에 부합한다.
하지만 최근 2~3년간 금리 인상 여파와 신규 매립장 운영 개시에 따른 공급 과잉, 폐기물 기업간 물량 유치 경쟁 등으로 폐기물 처리 단가가 급락하면서 M&A 거래가 주춤해졌다.
다시 각광받는 환경 폐기물 M&A 거래
주춤했던 폐기물 시장의 M&A 거래가 다시 활발해지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환경 폐기물 시장이 다시 업사이클(호황)로 전환된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폐기물 매립장의 경우, 대기업이 진입하기 시작했던 2019년부터 2020년대 초까지 톤 당 단가(소각재 기준)가 12만~1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2021년부터 단가가 하락하면서 2023년에는 5만원 대로 2010년 초 수준으로 돌아갔다. 경기 침체 여파에 따라 폐기물 발생량이 줄고 충청권 3개 매립장 사업 개시로 공급이 늘면서 수급 격차로 단가가 일시 급락했다.

하지만 기존 업체의 운영이 끝나면서 공급이 줄고 폐기물 수요가 늘면서 올해부터는 수급 안정화로 가격이 반등하고 점진적 우상향 사이클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소각장의 경우, 2026년부터 수도권 매립지에 생활 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소각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공공소각장이 부족해 생활 폐기물을 민간에 위탁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2026년부터 민간에 위탁하는 소각 수요가 늘면서 소각장 시장은 업사이클로 전환이 예상된다.

둘째, PEF의 투자 집행 규모 및 드라이파우더(미집행약정액)가 급격하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PEF의 약정액은 136조4천억 원으로 최근 19년 동안 연 평균 27%에 달하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 역시 국내 대형 운용사들이 조 단위 새 펀드를 결성해 약정액이 15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국내 PEF의 드라이파우더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37조5천억 원에 달하고, 고금리로 집행하지 못했던 쌓아둔 드라이파우더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우량 투자자산은 희소한 가운데, 이미 대형화가 이뤄져 자금을 빠르게 소진할 수 있는 폐기물에 대한 투자가 각광받고 있다. 또한 국내 산업의 불황기에는 경기에 취약하고 변동성이 큰 소비재보다 경기 변동의 영향을 덜 받는 산업이 안정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 꾸준한 현금 창출이 가능한 인프라 성격의 환경 폐기물 시장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셋째, 최근 폐기물 시장의 기술 발전으로 PEF가 인수 후 약간의 개편 및 운영 효율화를 꾀하면 외형 성장 및 수익성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매립장의 경우 제한된 인허가 매립 용량 내에서 매립 가능한 용량을 늘리려면 복토(폐기물 매립에 따른 냄새 및 비산을 줄이기 위해 일반 토양을 섞는 것)량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 때 활용되는 방식이 롤커튼(복토 방식 변경을 통한 복토량 효율화)이나 에어돔(비산먼지 및 악취확산 저감을 위한 지붕형 구조)이다. 이를 통해 성상별 매립을 최적화하고 매립 밀도를 높여 매립 가능한 용량을 늘릴 수 있다

소각장에서도 ‘장기 대규모 수선’에서 ‘단기 수시 수선’ 방식으로 변경해 정비에 따른 가동 정지 일수를 최소화한다. 소각로 온도 제어를 통한 유해물질 최소화(소각 온도에 따라 오염물질이 다르게 발생) 등 운영을 전문화해 과거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던 때보다 효과적인 전략으로 실적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
‘환경 폐기물 2.0 시대’ M&A 전망
국내 환경 폐기물 시장의 향후 M&A 트렌드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폐기물 매립장에서는 영업력을 갖춘 수집운반 업체에 대한 볼트온(동종업계 기업인수) 전략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물류 기능만 담당하는 수집운반 업체와 달리, 중소규모 배출처에 대한 영업 네트워크를 갖추고 특정 매립업체에 안정적으로 폐기물을 공급할 수 있는 수집운반 업체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매립장이 위치한 지역의 배출처에 의존해 물량을 받아왔지만, 지금은 다르다. 최근에는 단가가 높은 성상과 배출 물량이 많은 수도권 중심의 배출처 네트워크가 있는 수집 운반업체를 통해 매출 외형 및 수익성을 동시에 제고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수집운반 업체를 내재화하기 위한 볼트온 인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소각장 시장에서는 안정적인 스팀 공급이 가능한 소각장을 중심으로 기업 가치가 높아지고 투자 측면에서 선호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각장은 일반적으로 쓰레기 반입 물량 대비 톤 당 단가를 배출처로부터 받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쓰레기 소각열을 통해 스팀 생산 및 공급이 가능한 소각장이라면 스팀 수요처로부터 추가적인 스팀 매출 창출이 가능하다.

다만 소각장에서 수 킬로미터(km) 안에서만 스팀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철강, 제지 등 스팀 수요가 많은 산단지역에 위치한 소각업체만이 스팀 공급을 통해 매출을 추가로 창출할 수 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폭등하면서 LNG를 원료로 하는 스팀 가격이 급등했다. 이로 인해 스팀 공급이 가능했던 소각장은 큰 수익을 얻었고 현재도 높은 수익성을 유지 중이다.
실제로 충청권에 있는 A 소각업체의 경우, 인근 아산국가산업단지 및 현대제철 협력사 등 스팀 수요가 풍부하기 때문에 스팀 매출을 기반으로 최근 3년(2021~2023년) 평균 EBITDA 비율이 57%에 육박했다. 반면 스팀 수요처가 없는 B 소각업체의 경우 30~40% 이내 수익률을 거뒀다. 스팀 공급 여부에 따라 20% 가까운 수익성 차이가 나는 것이다.

셋째, 환경 폐기물 기업 거래에서는 PEF가 가지고 있던 딜을 다른 PEF가 사는 거래인 세컨더리 딜(Secondary Deal)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느 정도 규모 및 투자 가치를 갖춘 폐기물 업체라면 신속한 대형화를 위해 다른 PEF가 보유한 규모를 갖춘 폐기물 포트폴리오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결국 엑시트 시점이 도래한 PEF와 신규 투자가 필요한 PEF간 거래가 가장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국내 대부분의 전략적 투자자(SI)는 사업 지배구조 개편(리밸런싱)처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사업 유동화에 집중하고 있어 당분간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PEF간 거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폐기물 업체에 대한 대형화 및 수직계열화가 가속화되면서 종합환경기업이 출현하고 폐기물 시장의 과점화가 더욱 견고해질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대형 폐기물 업체를 중심으로 작은 규모의 회사들이 인수합병되면서 대형 회사가 더욱 대형화되는 추세를 보였다. 그 결과 북미 전역에서 상위 3개 업체(웨이스트매니지먼트, 리퍼블릭 서비스, 웨이스트 커넥션)가 전체 시장의 58% 이상을 차지하는 견고화된 과점 시장이 형성됐다.

국내도 ‘폐기물 2.0 시대’를 맞아 이 분야에 투자한 PEF들이 대규모 자본력을 이용해 대형화 및 수직 계열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처럼 소수의 대형 환경기업 중심으로 빠르게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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