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15일 14:0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5년 을사년 새해 시작과 함께 미국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보호무역을 중심으로 자국 산업 보호와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해외 생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을 예고했다.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글로벌 무역 질서를 재편하고 기업들의 생산 및 물류 전략에 새로운 과제를 제시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 또한 한층 심화되고 있다.
EY 글로벌이 최근 발간한 ‘2025 지전략적 전망(2025 Geostrategic Outlook)’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모두 자국 내 생산을 촉진하기 위한 보다 강화된 정책을 펼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기업들에게 위치 및 판매 제품별 원재료를 포함한 생산 원산지 등에 대한 투명성 요구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운영책임자(COO), 최고공급망책임자(CSCO) 등 각 기업의 주요 경영진들은 공급망 복잡성 증대와 속도 저하로 인한 적시 판매 및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또한, 시시각각 변하는 글로벌 국가별 정책과 지정학적 리스크를 감안한 생산 거점 투자 결정도 쉽사리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상황을 살펴보면, 불확실성 속에서 공급망 기민성을 확보하고, 상황별 최적의 공급망 운영 모델을 빠르게 구축하기 위해 그 어느때 보다 공급망 관련 데이터와 신기술을 접목한 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제품별 생산 위치 조정, 원부재료 공급처 및 수급 경로 변경, 물류 경로 최적화 등을 통해 판매 효율과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을 확보하고 있다.
EY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은 거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별 교역 물동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생성형 AI(Gen AI)를 포함한 AI를 공급망 전반에 적용하며, 산업 특성을 반영한 IT 기술 솔루션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AI, 산업용 사물인터넷(IoT), 로보틱스 및 자동화 기술, 재고관리 및 생산 거점 최적화 등 혁신 기술 도입에 집중하고 있다. 조사 결과, 현재 글로벌 기업의 27%가 AI를 공급망에 적용하고 있으며, 향후 5년 내에는 이 비율이 58%까지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기존 방식 대비 대폭 향상된 데이터 분석 역량을 갖추고, 상황별 시나리오 기반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한 최적의 공급망 대응 모델을 적용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최근 국내 기업들도 혁신 기술 기반의 공급망 운영 방식 고도화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계획 단계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혁신 기술 투자가 공급망 개선에 기대만큼 효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글로벌 기업들 중 생성형 AI를 도입한 초기 단계에서 기대효과를 달성한 기업 비율은 17%에 불과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그 원인으로 기업 전략내 공급망 혁신의 낮은 우선순위, 전사적 혁신 과제가 아닌 특정 부서에 일임한 진행 및 공급망관리(SCM) 전문 부서와 AI·데이터 전문 부서 간 협업 부족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국내 기업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성공적인 공급망 혁신을 위해선 기술 도입 초기부터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조직 전반의 협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C레벨 경영진들은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공급망 운영 혁신이 단순한 부서 과제가 아닌, 전사적인 경영 과제임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리더십과 스폰서십을 보여야 한다.
또다른 EY 글로벌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선도기업들은 공급망 혁신을 기업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동시에 생성형 AI와 같은 혁신적 기술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선도기업들은 평균적으로 약 20% 이상이 물류, 생산, SCM 계획, 구매 등 전반적인 공급망 영역에 생성형 AI를 이미 적용했다. 향후 2년 내 생성형 AI 적용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까지 포함하면 그 비중은 50~70%에 달했다. 특히 물류 거점 최적화, 제품 디자인, 품질 최적화, 수요 예측, 협력사 관리 등에서 AI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춰 공급망 운영 고도화와 이를 위한 혁신 기술 도입을 비중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2025년은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그 어느때보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기업들도 지정학적 갈등, 기후 변화, 에너지 위기 등 대내외 영향으로 수많은 도전과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이 현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려면 혁신 기술 기반의 공급망 운영 체계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급변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지속 가능한 공급망 구축과 기술 혁신에 초점을 맞추어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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