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션에 물린 모건스탠리PE…11년 만에 손절매

입력 2025-01-15 14:54   수정 2025-01-16 09:33

이 기사는 01월 15일 14:5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1997년 외환위기에 직면한 대기업은 광고비를 대거 삭감했다. 내부 일감에 의존한 대기업 광고 계열사들은 구조조정 1순위였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999년 광고 계열사인 금강기획을 영국 광고업체에 처분했다. 비슷한 시기 SK그룹과 LG그룹도 각각 태광멀티애드, LG애드를 해외에 넘겼다.

경제가 기지개를 켜면서 대기업 광고 계열사는 재등장했다. 현대차그룹이 2005년 세운 이노션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이노션은 안정적 일감을 등에 업고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2014년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쿼티(PE)는 전망이 밝은 이노션에 200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PE의 이노션 지분가치는 현재 13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참다못한 모건스탠리PE는 11년 만에 지분 일부를 정리하고 나섰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모건스탠리PE는 이달 10일에 보유한 이노션 지분 0.8%(32만주)를 시간외 매매(블록딜) 형태로 57억원에 매각했다. 주당 매각가는 10일 종가(1만8940원) 5.8% 할인된 가격에 처분했다. 모건스탠리PE의 보유 지분은 18.0%에서 17.2%로 줄었다. 이번 매각에 따라 이노션 최대주주 자리를 정성이 고문(17.7%)에게 넘기게 됐다.

이노션은 2005년 출범할 때 정성이 고문(지분 40%)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40%) 등 특수관계자 지분이 100%에 달했다. 이노션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사정권'에 들어서자 정성이 고문 등은 보유 지분을 정리하고 나섰다. 공정위는 대기업 총수 일가의 보유 지분이 20% 이상인 상장·비상장사를 사익편취 규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모건스탠리PE는 2014년 8월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보유한 이노션 지분 20%를 2000억원에 사들였다. 이듬해 이노션이 상장하면서 신주를 발행해 모건스탠리PE 지분은 18%로 줄었다. 전날 종가를 적용한 모건스탠리PE 보유 지분(17.2%)과 지분 0.8% 매각대금(57억원) 합계액은 1348억원이다. 이노션 투자로 32.6%의 평가손실을 기록 중이다. 여기에 모건스탠리PE는 지분 매입액의 절반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한 만큼 조달 비용도 부담도 상당한 편이다.

이노션은 모건스탠리PE를 비롯한 재무적 투자자(FI) 투자금 회수 등을 2015년 상장했다. 이들 FI의 지분의 보호예수 기간은 2016년 1월이었다. 2016년 들어 이노션 FI인 SC제일은행과 스틱컨소시엄은 보유한 이노션 지분을 모두 정리했다. FI 가운데 모건스탠리PE만 이노션 지분을 들고 갔다. 이노션 주가는 2016년 한 때 4만4400원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내림세를 이어가면서 현재는 1만원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매각 적기를 놓치면서 투자 손실이 불거졌고, 뒤늦게 일부 손절매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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