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난' 해법 떠오른 서치펀드 열풍…한국에도 부는 新승계 바람

입력 2025-01-15 11:10   수정 2025-01-15 11:17


한국 중소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가속화된 고령화로 많은 중소기업이 승계자를 찾지 못해 소멸 위기에 놓이면서다. 특히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후계자 부재는 물론, 자본시장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 인수자를 찾지 못하며 M&A에서도 난항을 겪으며 폐업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이와 유사한 문제에 봉착한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는 ‘서치펀드’가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서치펀드는 1980년대에 미국에서 개발된 투자모델로, 능력과 경험이 있는 젊은 인재(Searcher, 서쳐)를 통해 중소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투자가가 서쳐에게 자금을 투자해 인수하고 싶은 기업을 인수하는 투자 모델이다.

한국과 유사한 인구통계학적 구조를 가진 일본에서도 서치펀드가 초고령화로 인한 후계자난을 해소할 수 있는 기대주로 꼽히고 있다. 서치펀드가 경영 능력을 갖춘 젊은 경영인 후보와 매칭해 기업의 폐업을 막을 수 있는 만큼 더욱 각광 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일본 전체 중소기업의 3분의 2에 달하는 245만 곳이 평균 은퇴 연령으로 꼽히는 70세를 넘기는 사장들이 경영하면서 사실상 후계 고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서치펀드 열풍이 거세다. 후계자 없는 중소기업 비율이 두 번째로 높은 지역으로 꼽히는 야마구치현을 거점으로 하는 ‘야마구치 서치펀드’는 식품 가공회사·토목회사 등 전통적인 중소기업과 젊은 경영자를 매칭하는 M&A를 7건 이상 성사시키며 50억엔 규모의 펀드로 성장했다. 후계자 부재율이 가장 높은 가나가와현에서는 요코하마은행이 지난 2023년 10억엔 규모가 넘는 ‘수도권 특화 서치펀드’를 만들어 10년간 활발하게 중소기업 인수를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서치펀드는 일반적인 M&A 방식의 단점을 덜어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사업승계의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 업계에 이른바 ‘젊은 피’가 수혈되면서 생태계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한국도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경영자의 고령화가 점차 심화되며 기업승계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실제 지난해 5월 중소기업중앙회의 중소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업력 30년 이상 된 기업의 대표 중 80.9%가 60세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점을 타개하고자 최근 한국 서치펀드 시장도 개화하는 분위기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발빠르게 유사한 사업 모델을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의 직원소유 기업 전환을 돕는 스타트업 ‘리버티랩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2023년 설립된 리버티랩스는 양도세 부담이나 후계자 부재로 인해 소멸 위기에 놓인 국내 중소기업들을 직접 인수하고, 업무에 필요한 재무·인사 등 내부 소프트웨어 구축을 지원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무엇보다 리버티랩스는 피인수 기업이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독립적인 운영을 보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피인수 기업 지분의 90% 가량을 사들여 경영에 안정성을 높이고, 전문성과 풍부한 경험을 가진 인재에게 기업 경영을 맡겨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낸다. 뿐만 아니라 인수 이후 기업의 이익을 배당과 주식 배분으로 직원들과 나누며 10~20년 후에 완전히 직원들이 기업을 소유하는 ‘직원소유 기업화’를 통해 전통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실제로 리버티랩스는 최근 1호 직원소유기업화를 위해 위탁급식 서비스 중소기업을 본격 인수하기도 했다. 해당 기업은 수도권 중심 관공서 21곳과 프로축구단에 서비스를 공급하며 25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했지만, 최근 창업주의 고령으로 승계에 어려움을 겪자 직원소유 기업 전환을 통해 전통을 이어갈 예정이다. 리버티랩스는 이외에도 내년 상반기 안에 5곳 이상의 중소기업을 인수해 직원소유 기업으로 전환을 도울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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