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 첫 현직 대통령 체포…尹 "이 나라 법 무너져" [종합]

입력 2025-01-15 11:32   수정 2025-01-15 11:38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5일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했다.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43일 만이자,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지 32일 만이다. 현직 대통령이 수사기관에 체포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공수처는 이날 오전 10시 33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신병을 확보, 정부과천청사로 이송했다. 윤 대통령이 탄 차량은 오전 10시 53분께 청사에 도착했다. 200여쪽의 질문지를 준비한 공수처는 즉각 피의자 조사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헌 문란을 목적을 일으킨 폭동의 총책임자로 지목됐다. 그는 김용현(구속기소)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막으려 무장한 계엄군을 투입해 국회를 봉쇄한 혐의를 받는다. 주요 정치 인사 10여명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을 체포하고 수도방위사령부 벙커에 구금하려 한 혐의 등도 받는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25일, 29일 세 차례에 걸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으라는 공수처의 소환 요구에 불응했다. 이에 공수처는 지난달 30일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내란 수괴 혐의를 대표 혐의명으로 적시한 유효기간 일주일의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공수처는 지난 3일 경찰 인력을 비롯한 약 150명 규모로 윤 대통령 관저를 찾아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으나, 대통령경호처 등 200여명에 수적 열세를 겪으며 실패했다. 이후 체포영장을 재발부받고, 이날 1000여명의 경찰과 함께 관저 진입 3시간 만에 영장을 집행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조사를 마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로 이동하면서 대통령실을 통해 미리 녹화한 영상 메시지를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이 영상을 통해 "이 나라의 법이 모두 무너졌다"면서 공수처의 영장 집행과 수사는 인정하지 않는다면서도 국가기관 간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오늘 이들이 경호 보안 구역을 소방 장비를 동원해서 침입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서 일단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며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체계를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이렇게 불법적이고 무효인 이런 절차에 응하는 것은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한 마음일 뿐"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영장이 발부되고, 또 영장 심사권이 없는 법원이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수사 기관이 거짓 공문서를 발부해서 국민들을 기만하는 이런 불법이 자행되고 무효인 영장에 의해서 절차를 강압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정말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며 "저는 이렇게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우리 국민 여러분께서 앞으로 이러한 형사 사건을 겪게 될 때 이런 일이 정말 없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지층 결집을 의도하는 언급도 있었다. 윤 대통령은 "저를 응원하고 많은 지지를 보내주신 거에 대해서 정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특히 우리 청년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정말 재인식하게 되고 여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시는 것을 보고, 저는 지금은 법이 무너지고 칠흑같이 어두운 시절이지만 이 나라의 미래는 희망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공수처에 대한 정치적,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엄포를 놨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의 하청기관으로 전락한 공수처에 대해서 국민들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공수처가 보인 행태 중 그 어느 것 하나 적법한 것이 있었는지, 국민들은 물론 상당수의 법조인도 근본적 의문을 표하고 있다"고 했다.

신 수석대변인은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음에도 국가원수이자 현직 대통령에 대한 무리한 체포를 위해 사건 관할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 대신 서울서부지방법원에 편법적으로 영장을 신청했으며, 영장 담당 판사가 특정 법 규정을 배제한 사실상 법 창조에 가까운 '맞춤형 수색영장'을 발부하기도 했다"며 "2차 체포영장에서 형사소송법 제110조, 제111조 조항마저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공수처가 집행을 강행한 것은 군사시설보호법 위반 등 명백한 불법"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환영의 입장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많이 늦었지만, 대한민국에 공권력과 정의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돼 다행"이라며 "윤석열은 헌법과 법률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으로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물론, 공권력의 법 집행마저 무력으로 방해하며 대한민국을 무법천지로 만든 중대범죄자"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그동안 수사기관의 소환 요구에 여러 차례 불응했고, 그것도 모자라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고 방해했다. 공수처는 윤석열을 구속 수사해 내란 사태의 전모를 낱낱이 밝혀내고, 윤석열의 책임을 엄정하게 물어야 한다. 그것이 헌정질서를 온전히 회복하고 국가 정상화를 이루는 길"이라며 "범죄를 저질렀으면 수사받고 처벌받는 것이 상식이고 공정이고 법치"라고 했다.

홍민성/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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