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월했던 2차 尹 체포…1차 시도 때와 뭐가 달랐나

입력 2025-01-15 15:32   수정 2025-01-15 16:03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쥐수사처(공수처)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이 15일 순조롭게 이뤄졌다. 지난 1차 집행 시도 당시 공수처와 경찰이 약 5시간 동안 경호처와 대치하다 철수한 것과는 매우 다른 양상이었다. 우려했던 물리적 충돌도 없었다.

①군 수방사 빠지고…경호처도 '스크럼' 풀었다

지난 3일 1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 공수처와 경찰을 당황하게 했던 군 수방사(수도방위사령부)가 2차 집행 당시에는 눈에 띄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로 꼽힌다.

1차 집행 당시에는 관저 저지선에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과 33군사경찰경호대가 '인간띠'를 이루고 체포 영장 집행을 저지했었다. 당시 공수처와 경찰은 예상치 못한 군 병력에 크게 당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방부는 1차 집행 시도 이후 '사병을 동원했다'는 비판이 나오자, 2차 영장 집행에는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혔었다.

이날 영장 집행 상황에선 경호처 직원들도 보이지 않았다. 대다수 경호관은 관저 내 대기동에 머무르거나 휴가를 쓰는 방식으로 집행 저지에 나서지 않았다.

경호처 직원으로 추정되는 일부 인력이 관저 입구에 집결하기도 했으나 진입 과정에서 충돌은 없었다. 이들은 수사관들이 1차 저지선에 설치된 철조망을 절단할 때도 저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②경찰 인원 8배 이상 늘려…인원으로 '압박'

반면 체포에 투입된 경찰 인원은 대폭 늘었다. 지난 3일에는 공수처 인력 30명, 경찰 인력 120명 등 150명이 투입됐었다. 2차 집행에는 인원을 8배 이상 늘려 약 1000명이 투입됐다.

군사교범 등에 따르면 통상 공격과 방어 작전을 수행할 때 작전 성공을 위한 이상적인 공격자와 방어자의 비율은 3대 1 이상이다.

③철저한 대비…'차벽' 넘을 사다리 준비하고 체포도 등 역할 분담도

관저 내 '인간 스크럼'이 사라진 1·2·3차 저지선은 차벽으로 대체됐다. 경찰은 사전에 차벽과 철조망 등을 뚫기 위해 사다리와 절단기 등을 준비했고, 순조롭게 차벽을 넘었다.

1차 차벽 저지선은 사다리로 버스를 넘어 진입했고, 2차 저지선은 버스 차벽을 우회해 통과했다. 역시 버스로 가로막힌 3차 저지선도 철문 옆 초소를 통해 뚫었다.

이날 현장에는 경험이 풍부한 서울·수도권 광역수사단 소속 형사들이 투입됐다. 진입조와 체포조·호송조 등 역할도 미리 분담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관저 앞에서 영장을 제시한 지 약 3시간 만에 3차 저지선을 모두 뚫고 내부 진입에 성공했다.

④공수처 "영장 집행 방해하면 현행범 체포" 심리전도 먹혔다

공수처가 2차 영장 집행을 앞두고 벌인 '심리전'도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수단은 사전에 '영장 집행에 협조하는 직원은 선처할 것', '저지하는 직원들은 현행범 체포한 후 복수의 경찰서로 분산 호송해 조사한다'는 등의 계획을 밝히며 경호처를 압박했다.

이에 따라 경호처 내부에서도 '불법 영장 집행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호응을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공수처는 관저에 진입하면서도 문 앞에 ';영장집행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을 방해할 경우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는 입간판을 세우기도 했다.

⑤관저 밖 '0차 저지선' 만든 시위대도 힘없이 뚫려

체포 영장 집행을 저지하기 위해 관저 앞에 모인 시위대는 사실상 '0차 저지선'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대다수 시위대가 '집회 경험'이 없는 시민들이라는 점도, 많은 인원 대비 경찰의 대응을 수월하게 만든 요소로 꼽힌다.

이날 관저 앞에 모인 국민의힘 의원들도 '물리적 충돌은 절대 안 된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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