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내란 수괴 등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의 체포영장 청구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이날 오전 11시 정부과천청사 5동 건물 3층에 있는 공수처 영상녹화조사실에서 윤 대통령을 대상으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는 이재승 공수처 차장이 직접 진행 중이다. 이 차장은 사법연수원 30기로 윤 대통령보다 7기수 아래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상대로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 ▲ 경찰·계엄군을 동원한 불법 국회 봉쇄 및 계엄령 해제 표결권 행사 방해 ▲체포 요건이 되지 않는 주요 정치인 불법 체포 시도 등 주요 혐의에 대해 확인할 전망이다. 대통령 변호인으로는 김홍일·윤갑근·송해은 변호사가 조사에 입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의 수사 자체를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입장인 만큼, 조사 과정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영상 메시지에서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 제가 이 공수처의 수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25일, 29일 세 차례에 걸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으라는 공수처의 소환 요구에도 불응한 바 있다.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단 역시 법원의 체포·수색영장 발부에도 "위헌·위법한 영장"이라며 불법 수사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다만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이 법률 지식 등을 바탕으로 직접 혐의를 부인하는 진술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있다. 그간 전직 대통령 중 노태우·전두환·노무현·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검찰 조사에 응했는데,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이는 없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공수처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공수처 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께서는 이미 모든 것을 각오했다. 감사원장까지 탄핵하는 것을 보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 내가 임기 2년 반 더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생각했다"며 "애당초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여기(공수처)서는 말씀 안 하실 것 같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