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에서 매번 일본제 커피 필터를 사고 있습니다. 여러 제품 써봤는데, 이게 가격 대비 품질이 가장 좋아서요. 일본 제품만 따로 모아둔 코너가 생겨 찾기 편리해졌어요."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다이소 매장. 매장 3층 주방용품 코너 한쪽에 조성된 '일본 수입상품존'를 둘러보던 40대 주부 박모 씨가 이같이 말했다.
다이소는 지난 7일부터 자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일본제 상품 모음전'을 공개했다.
한때 '노재팬'(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의 타깃이 됐던 다이소도 일본 제품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모습을 두고, 업계 전문가들은 '예스재팬' 훈풍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엔저(엔화 가치 하락)의 장기화도 예스재팬의 원인으로 꼽았다.
현재 다이소몰 앱에는 일본제 상품이 기획전 형식으로 따로 모여있다. 주요 오프라인 매장에도 일본제 상품 전용 매대가 따로 조성돼있다. 노재팬 분위기가 사그라들고, 일본 수입품에 대한?수요가 늘어나서다.
현재 다이소는 일본제 상품으로 주방용품, 청소·욕실용품, 수납 용품, 문구류 들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앱에서 진행되는 일본제 상품 모음전은 앱 내 메인 화면에 바로 노출돼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전자레인지 용기, 수저 케이스, 밥주걱, 수세미 등은 벌써 물량 부족으로 '재입고 예정' 알림이 표시돼있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모음전을 기획한 배경과 관련, 다이소 관계자는 "자사 앱 내 인기 검색어로 '일본제'가 순위권에 자주 오르는 것을 보고 기획했다"고 밝혔다. 소비자 수요에 맞춰 대응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오프라인 매장의 일본 수입상품 코너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조성해뒀다"고 전했다.
앞서 다이소는 2019년 노재팬의 영향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동명의 일본 기업이 다이소의 지분을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다이소의 영업이익은 2018년 1251억원에서 이듬해 767억원으로 30% 넘게 하락하는 등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이에 다이소 측은 "일본 기업에 브랜드 로열티를 지급한 적 없으며 경영 개입 및 인적 교류도 없다"고 해명했다. 2023년 12월 박정부 다이소 회장이 일본 다이소가 갖고 있던 34%가량의 지분을 5000억원에 전량 매입하면서, 다이소는 드디어 '일본 기업' 논란의 종지부를 찍게 됐다.
최근 들어 일본 수입 상품은 국내에서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노재팬의 직격탄을 맞았던 유니클로는 지난해 6년 만에 '매출 1조 클럽'에 재입성했고, 일본 완성차 브랜드 도요타는 지난해 국내 연간 수입차 판매량이 3%가량 줄어든 악조건 속에서도 전년 대비 14.3% 증가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일본 외식 브랜드 '토리키조쿠'가 한국에 진출하는 등 일본 식품의 국내 진출도 활발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예스재팬 바람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지평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특임교수는 "지난해부터 일본 관광 수요가 크게 늘어 일본에 대한 반감이 많이 완화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소형 생활용품 등 소비자들이 접하기 쉬운 소비재 분야에서도 일본제 상품이 인기인 것은 그만큼 노재팬 정서가 많이 완화됐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일 정서 문제를 차지하더라도 달러화 강세로 수입업자가 고통을 겪는 가운데 엔화 약세는 장기화하고 있다"며 "수입업자 입장에서는 일본 제품이 그나마 수입하기 용이한 제품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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