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3억 불법 수익' 누누티비, 운영자 잡았지만…여전한 '사각지대'

입력 2025-01-15 16:06   수정 2025-01-15 16:07


불법 콘텐츠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 운영자가 지난달 체포됐지만 유사 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겨났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법 규제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제2의 누누티비'가 양산된 것이다. 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형량도 발생한 피해에 비해 지나치게 낮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인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해외사이트 투명성·책임성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누누티비와 같이 해외에 근거지를 두고 한국인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사이트들이 법적 책임을 회피하며 불법 정보를 유통해 K 콘텐츠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해외에 불법으로 K-콘텐츠를 유통하는 누누티비와 같은 사이트는 본사가 파라과이에 있어서 국내에서는 연락할 방법조차 없다"며 "국민 권익 보호 차원에서 법 적용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세 회피 목적으로 '해외 법인' 등록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용희 경희대 미디어 대학원 교수는 누누티비가 끼친 경제 및 사회적 피해에 대해 소개했다. 김 교수는 "누누티비로 인한 저작권 피해 추정액이 약 4조9000억원에 달하고 국내 OTT 업체들의 2년간 영업 손실은 약 4000억원에 달한다"며 "이들은 최소 333억원의 불법 광고 수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천문학적 수익을 내는 불법 콘텐츠 스트리밍 사이트는 법인세율이 낮거나 세금 감면 혜택이 많은 국가에 법인을 설립해 세금 부담을 줄인다. 이러한 이유로 누누티비는 명목상 소재지를 기존에 파라과이에 뒀고 현재는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이동했다. 파라과이는 법인세 10%로 친기업적 세제 혜택을 제공해 투자 최적화 지역 중 하나로 손꼽힌다.

문제는 이러한 불법 사이트가 국내를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함에도 해외 등록법인으로서 조세를 회피하고 법적 문제가 발생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가 있는 해외 사업자의 기준은 매출액, 이용자 수 등으로 제한돼 있어 많은 해외 사업자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대리인의 업무 수행에 대한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해외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미흡해 국내 사업자와의 역차별 문제가 발생한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한 개선 방안으로 △국내 대리인 제도 강화 △불법 정보 유통 방지 및 제재 강화 △국내외 사업자 간 형평성 확보 등을 제안했다.
처벌 수위 상향·징벌적 손해배상도 거론
불법 사이트 운영에 대한 처벌 수위가 여전히 낮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날 지정토론에 나선 백지연 국회 입법조사처 교육문화팀 입법조사관은 김 의원이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 제44조의13이 과징금에 관한 규정을 담고 있지만 여전히 불법 사이트 운영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음을 지적했다.

백 조사관은 2018년 국내 최대 불법 웹툰 사이트 '밤토끼'를 운영했던 주범이 수익 약 9억5000만원을 불법으로 취득했음에도 일당 5명 가운데 주범 1명만이 징역 2년 6개월형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는 것을 예시로 들었다.

그러면서 "비록 누누티비 운영자가 검거됐다고 해도 이들이 얻은 333억의 불법 수익과 5조에 육박하는 피해액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루어질까에 대해 의문이 남는다"며 "이들이 불법으로 얻은 이익과 저작권자들이 입은 피해액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모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적용 가능성도 거론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민사재판에서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제도다. 고의적, 악의적 불법 정보 유통 및 책임 회피 행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통해 불법 행위에 대한 억제력을 높이고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구제를 제공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러한 사안은 경제적 사회적 파급 효과가 크다"며 "운영자가 다시는 이러한 사이트를 운영하지 못하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같은 강한 처벌이 필요하고 과징금 상한액도 상향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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