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공장까지 닫는데…노조 "사상 최대 성과급 달라"

입력 2025-01-15 17:33   수정 2025-01-16 00:55

현대제철 노동조합이 15일 서울 한남동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 인근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성과급을 요구하며 장외 시위를 벌였다. ‘악질’ ‘분쇄’ 등이 적힌 대형 피켓을 들고 지난 10일부터 출근시간마다 시위를 반복하고 있다. 작년 말엔 현대트랜시스 노조가 같은 장소에서 성과급 등을 요구하며 고성과 함께 도로까지 점거해 ‘민폐 시위’라는 지적을 받았다.

현대제철 노조는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을 비롯해 사상 최대 규모 성과급 지급, 차량 구매 대출 시 2년간 1000만원 무이자 지원, 정년퇴직자를 대상으로 3년마다 20% 차량 할인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산업계에선 현대제철이 처한 위기 상황을 고려하면 노조의 요구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약 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7983억원) 대비 60%가량 이익이 줄었다. 중국발 철강재 공급 과잉으로 올해는 상황이 더 악화할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올해부터 2050년까지 글로벌 철강재 수요 증가율은 연평균 0.6%에 불과할 전망이다. 지난 20년간의 성장률은 2%였다. 주요 철강사조차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회사 관계자는 “성과급은 영업실적을 기반으로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실적이 악화한 상황에서 사상 최대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생떼”라며 “중국의 저가 철강 수출과 환율 급등, 건설경기 침체, 정치적 리스크 등이 겹치며 한국 철강산업은 위기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최근 포항2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노조가 쟁의 행위를 사업장과 무관한 곳에서 반복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 노조는 지난해 10월 충남지방노동위원회 조정 신청을 거쳐 쟁의권을 확보해 사업장에서 충분히 정당한 쟁의 행위를 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시민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주택가에서 시위를 하는 것은 설득력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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