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고개 든 국제 유가…WTI 선물, 배럴당 80弗 육박

입력 2025-01-15 17:47   수정 2025-01-15 17:48

국제 유가가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정부가 러시아 에너지 업체를 제재한 뒤 시장에 풀린 유통 물량이 감소한 게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러시아산 원유를 쓰던 중국과 인도 정유사들이 수급처를 중동으로 바꾸면 유가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2월물) 가격은 전장 대비 1.32달러(1.67%) 떨어진 배럴당 77.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북해 브렌트유 선물(3월물)은 전장보다 1.09달러(1.35%) 내려간 배럴당 79.92달러에 마감했다. 전날 국제 유가가 급격히 치솟은 데 따른 기저효과로 풀이된다.

이날 하락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는 작년 8월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 수준까지 올랐다. 미국 정부가 러시아 에너지 기업을 대상으로 제재를 가하고 있어 공급량이 감소할 것을 시장에선 우려하고 있다. 지난 10일 미 국무부는 러시아 최대 에너지업체 가즈프롬네프트, 수르구트네프트 등에 제재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두 기업은 지난해 1~10월 하루 97만 배럴을 수출했다. 세계 유조선 물동량의 30%에 달하는 규모다.

미국 정부가 이 제재를 풀지 않는 이상 국제 유가는 더 오를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중국과 인도 정유업체의 수급처가 러시아에서 중동, 유럽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재 전까진 러시아산 원유를 가장 많이 쓰던 곳들이다.

환율 상승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3일 한때 110을 웃돌아 2022년 11월 이후 처음 110을 넘어갔다. 원·달러 환율도 1460원 선을 오르내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치솟았다.

대규모 적자를 기록 중인 정유·화학업계는 유가 상승에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 제품 가격을 연동해 올려 받을 수 있어 매출, 이익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작년 1~3분기 에쓰오일 SK이노베이션 HD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등 정유 4사의 영업손실만 총 1조5000억원대에 이르렀다. 정유사들은 작년 4분기 정제마진 개선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위정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 1분기까지 정제마진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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