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입력 2025-01-15 18:25   수정 2025-01-16 00:26

책도 고전소설이 주는 의미가 있듯, 영화도 고전 영화만의 매력이 있다.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와 당시 기술로 구현해낸 영상미는 현대 영화와는 또 다른 울림을 준다. 필자가 기억하는 고전 영화로는 1939년 개봉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있다. 컬러 촬영 기술이 도입된 지 얼마 안 된 시대임에도 강렬한 색채가 담긴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매혹적인 스토리와 독특한 캐릭터들에 빠져 4시간의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던 기억이 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미국 대공황(Great Depression) 시기 암울했던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전례 없는 인기를 끌었다. 전쟁 후 피폐해진 삶을 이겨내는 주인공의 모습은 당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사람들에게 희망을 줬다. 영화는 전 세계에 개봉돼 할리우드를 세계적인 영화산업 메카로 만들었고, 영화 배경이 된 장소를 방문하기 위해 미국을 찾는 관광객이 급증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현재까지도 가장 흥행한 상업 영화로 기록되고 있으니 그 인기가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 영화와 함께 할리우드는 문화적 영향력을 세계적으로 확장하며 미국이 약 10년간 지속된 무역적자와 대공황을 벗어나는 데 일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산업이 침체된 미국 경제를 번성의 시기로 이끌었듯 우리 수출에도 새로운 동력이 필요한 시기인 듯하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6838억달러라는 역대 최대 수출액을 기록하며 세계 5위를 바라보는 수출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주요 10대 수출 품목은 지난 10여 년간 거의 변하지 않았다. 품목 집중도도 주요 수출국 대비 높다는 점은 다소 걱정스럽다. 그마저도 중국의 기술 도약과 저가 공세로 매서운 추격을 당하고 있다. 규제 개혁과 연구개발(R&D) 지원 등을 통해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새로운 산업을 발굴하는 것 역시 시급한 과제다.

2025년은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더욱 심화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다행히 현재 ‘K콘텐츠’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K뷰티, K푸드로까지 이어져 K컬처로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성공이 미국을 결국 세계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로 만들었듯, K컬처를 한국 경제를 이끌 다음 파워로 성장시키는 것이 지금 우리의 과제다. 무역보험공사도 문화산업 지원 전담 조직 신설과 문화·콘텐츠 수출이행자금 지원을 위한 ‘문화산업보증’ 도입 등으로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는 영화 속 대사처럼, 우리에게도 새 한 해가 밝았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민관이 합심해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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