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북미 지역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성장이 더디자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스타트업 투자 조직인 네이버 D2SF는 올초 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램브랜드에 신규 투자를 단행했다. 3차원(3D) 공간 인식 기술로 애드테크 솔루션을 개발한 회사다. 로레알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펀드 볼드, 글로벌 플랫폼 기업 더트레이드데스크 등 해외 기업과 공동으로 자금을 집행했다.
지난 1년간 D2SF가 한 스타트업 투자는 다섯 건. 이 중 세 건이 미국 스타트업 투자다. 3D 콘텐츠 스타트업 클레이디스, 패션 특화 멀티모달 AI 스타트업 예스플리즈에 투자했다. 네이버의 신규 스타트업 투자가 북미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카카오벤처스도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으로 구성된 반도체 기술 기업 에프에스투에 신규 투자금을 넣었다. 시카고 기반 메드테크 기업 컴파스, MIT와 하버드 연구팀이 주축이 된 로봇 수술 기업 마그넨도 등에도 지난해 투자를 집행했다.
D2SF와 카카오벤처스는 원래 국내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투자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스타트업 발굴에 박차를 가했다. 카카오벤처스는 “심사역이 두세 달씩 현지에 나가 네트워크를 쌓고 평판을 수집하며 투자할 만한 기업을 찾고 있다”고 했다. 미국 기업 발굴을 위해 현지에 연구자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D2SF는 지난해 10월 아예 실리콘밸리에 사무소를 열었다. 투자자 및 창업자 100여 명을 초청해 오픈 행사도 했다.
국내 벤처투자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자 이들 기업이 미국 등 해외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D2SF는 올해 상반기 1500개 팀을 검토했지만 투자는 다섯 건에 그쳤다. 카카오벤처스 역시 기술 중심 대학 등을 돌아다니며 창업팀 발굴에 애쓰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 초기투자사 관계자는 “미국은 기술 기반 스타트업 생태계가 발전했고 주요 대학에서 양질의 창업팀이 나와 초기에 투자하면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한국보다는 미국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이 더 크고, 본사와 기술적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도 미국 회사와의 협업이 더 매력적이라는 설명이다. D2SF 관계자는 “국내 포트폴리오 중 80%가 글로벌 비즈니스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북미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쌓아 한국 스타트업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해외 투자를 본격화하면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더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테크업계 형님 격인 두 기업은 벤처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과거 국내 스타트업 투자와 회수 시장을 굴렸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제 스타트업 투자엔 국경이 없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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