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는 기아 오토랜드 광명공장의 ‘전기차 전용’ 전환에 걸림돌이 됐던 그린벨트 보전부담금 해결책을 찾았다고 15일 밝혔다. 공장의 지목을 ‘대지’에서 ‘공장용지’로 변경하는 ‘묘수’로 54년 묵은 낡은 규제를 걷어냈다. 기아 광명공장의 지목은 지금껏 ‘대지’로 분류돼왔다. 공장이면 당연히 공장부지로 지정돼야 하는데 공장부지라는 지목이 1975년에야 신설된 탓이다. 이로 인해 기아는 광명공장을 증·개축할 때마다 막대한 부담금을 내야 했다. 공장 중 일부를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전환해 미래에 대비하려고 해도 수천억원의 부담금이 발목을 잡았다.
기아 광명공장 문제는 왜 수십 년간 케케묵은 숙제로 남아 있었을까. 광명시는 관할 지방자치단체로서 최선을 다했다.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 그린벨트 지정 전에 설립된 공장은 그린벨트 보전부담금 부과율을 낮춰야 한다는 내용의 규제 완화 방안을 여러 차례 국토교통부 등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요지부동이었다.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들었다.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대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비난을 받을까 복지부동했다는 후문이다.
정치인도 다르지 않았다. 기아 광명공장은 국내 자동차산업의 ‘요람’이자 외환위기를 극복한 산업 현장이란 상징성이 있어 많은 정치인이 찾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통령 후보 시절인 2022년 1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6월 기아 광명공장을 방문했다. 많은 정치인들이 “내가 해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돌아서선 말을 행동에 옮기지 않았다.
미국, 중국, 일본 등 글로벌 자동차 강국들은 저마다 전기차 공장을 자국에 유치하기 위해 대규모 혜택을 퍼주고 있다. 공장이 있어야 일자리가 생기고, 관련 산업을 키울 수 있는 판단에서다. 나아가 전기차라는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보조금을 주기는커녕 미래 산업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가 여전히 포진하고 있다. 기아 광명공장도 대안을 찾았을 뿐 그린벨트 족쇄에서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니다. 투자를 결정할 때마다 지자체, 정부, 국회 등을 끊임없이 오가야 한다.
이번에 국무조정실 등이 머리를 맞대 첨단 산업에 대한 규제 일부를 풀어준 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규제 천국이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이 마음껏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공무원들이 더 많은 책임감을 갖고 뛰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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