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터준 경호처…철조망 끊고 차벽 넘어도 저항 없었다

입력 2025-01-15 17:39   수정 2025-01-15 19:44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은 15일 이른 새벽부터 긴장감 속 전 국민이 생중계로 지켜보는 가운데 6시간 동안 이뤄졌다. 크게 우려한 경찰과 대통령 경호처 간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을 옹위하는 경호처의 저항을 없앤 게 결정적인 요인으로 풀이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등으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는 지난 3일 1차 체포영장 집행 실패 이후 ‘강경파’로 분류된 경호처 수뇌부를 체포영장으로 압박하고 일반 직원에게는 ‘협조하면 죄를 묻지 않겠다’는 심리전을 폈다. 당시 ‘무기력하게 물러섰다’는 비판에 직면한 공조본의 대대적 동원 전술과 경호처 내부의 균열이 맞물려 유혈사태를 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새벽 출동…정문 뚫린 후 저항 없이 진입
공조본 요원들이 2차 집행을 위해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도착한 건 오전 4시32분이다. 서울경찰청은 이에 앞서 기동대원 3200여 명을 현장 주변에 배치해 윤 대통령 체포에 반대하는 지지자 집회를 저지했다.

오전 5시께부터 윤 대통령 변호인단과 국민의힘 의원 30여 명이 ‘인간 띠’를 만들어 체포 요원들의 진입을 막았고 시위대에선 고성이 오갔다. 이들은 경찰 기동대가 이동 조치했다. 관저 정문에 도달한 공수처 검사들은 오전 5시27분께 영장을 제시하고 영장 집행 사실을 윤 대통령 측에 알렸다. 관저 내부 진입에는 1100여 명의 형사가 동원됐다.

이들은 오전 5시47분부터 공관 입구 앞 바리케이드를 제거하고 정문으로 진입했다. 버스로 겹겹이 쌓인 관저 정문 앞 ‘1차 저지선’을 넘어서는 데 애를 먹었다. 일부 형사는 오전 6시께 매봉산 등산로를 이용해 또 다른 관저 문인 힐사이드 아파트 방면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1차 저지선에 있는 버스 반대 방향에 도달해 이동식 사다리를 설치했고, 나머지 정문 앞 요원들도 오전 7시34분께 1차 저지선을 넘어섰다.

이후 관저 앞까지는 ‘일사천리’였다. 공조본은 2차 저지선인 버스 사이에 설치된 윤형 철조망을 절단하고 전진해 오전 7시57분께 대통령 관저 앞문에 도착했다. 3차 저지선인 철문이 경호처와의 협의 끝에 오전 8시24분께 열리자 윤 대통령과 대면할 수사팀 차량이 내부로 진입했다.

관저에 도착한 수사팀은 윤 대통령 측의 ‘공수처에 자진 출석하겠다’는 반발에 부딪혔으나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이 완료됐다”고 밝힌 시점은 오전 10시33분이었다. 작전에 착수한 지 6시간여, 체포영장을 제시한 지 5시간 만의 전격전이었다.
○ 맥없이 길 터준 경호처 ‘자중지란’
경찰 안팎에선 완강했던 경호처의 저항 의지를 무너뜨린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조본은 2차 집행을 앞두고 경호처 수뇌부 체포영장을 받아 명분을 쌓았고, 일반 요원들에겐 ‘협조하면 선처하겠다’고 했다. 이날 다수 경호원이 김성훈 경호처장 직무대행 등 지도부의 강경 저지 지시를 경호동에 머물거나 휴가를 쓰는 방식으로 회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조본은 작전 수립 시점에 경찰특공대 투입을 검토했으나 ‘무기를 소지하지 않아야 유혈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해 막판에 배제했다. 경호처 사정을 잘 아는 경찰 관계자는 “현장 부서 경험이 없는 김 대행이 그동안 고압적으로 부하직원을 압박해 불만이 극에 달했고, 이 때문에 경찰이 ‘무혈입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공조본은 1차 집행 실패 이후 1주일 이상 준비했고 체포·채증·제압조, 영장 집행 등으로 철저히 역할을 분담했다. 여러 차례 답사를 통해 계획을 수립하고, 대통령 관저 3개 출입구에 동시에 진입하는 작전을 펼쳤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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