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장이 답이라더니 왜 이래"…개미들 돈싸들고 '대이동'

입력 2025-01-15 17:43   수정 2025-01-15 19:33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투자 자금이 머니마켓펀드(MMF), 단기 채권형 펀드 등 이른바 ‘파킹’형 상품으로 피신하고 있다. 국내 정치 불안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증시 조정 위험이 커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개미, 안전자산으로 피신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일 기준 국내 증시의 투자자 예탁금은 53조7690억원이다. 올해 첫 거래일(57조583억원) 대비 3조2893억원 줄었다. 지난달 초부터 첫 거래일까지는 4조7614억원 늘었는데 최근 보름 동안 이 금액이 대부분 빠진 것이다. 투자자 예탁금은 언제든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돈이기 때문에 ‘증시 대기 자금’으로 불린다. 연초 효과를 기대하고 증시에 들어온 자금이 다시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학개미 열풍도 잦아들었다. 기술주 조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나스닥지수는 지난 6일부터 최근까지 4.13% 하락했다.

반면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처로는 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말 86조8449억원이었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은 이달 13일 기준 87조3027억원으로 증가했다. CMA는 자유롭게 입출금이 가능하며 하루만 예치해도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

MMF 상장지수펀드(ETF)에도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KODEX 머니마켓액티브’를 25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ETF는 지난 한 달 동안 전체 ETF 자금 유입 순위 3위에 올랐다. 또 다른 MMF ETF인 ‘RISE 머니마켓액티브’ ‘PLUS 머니마켓액티브’에도 각각 329억원, 9억원이 순유입됐다. MMF는 만기 1년 이내의 기업어음과 양도성예금증서 등에 투자하는 초단기 상품으로, 수시로 돈을 넣고 뺄 수 있어 현금성 자산으로 분류된다.

단기채권형 ETF에도 상당한 자금이 모이고 있다. ‘SOL 초단기채권액티브’에 올해 들어 105억1097만원을 끌어모았다. 3개월 미만 초단기 채권에 투자하는 만큼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을 때 여유자금을 굴리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과 환율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해외 증시 변동성마저 높아지고 있다”며 “미국 증시를 주도한 인공지능(AI) 관련주가 급락하고 양자컴퓨터 레버리지 상품이 상장폐지되는 등 과열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변동성 사라지기 전까지 대기 자금행”
증권업계는 당분간 단기형 ETF 상품에 자금 유입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김 본부장은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국내 증시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졌다”며 “한·미 간 금리차와 환율을 고려할 때 한국은행의 적극적인 금리 인하 단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금리가 유지되면 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실적 상승 동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국내 주요 업종의 4분기 실적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현재 증시가 단기 조정 국면일지, 중장기로 이어질지 지켜보는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현주 기자 hj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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