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원인은 추위에 취약한 전력망이었다. 겨울이 따뜻한 텍사스의 전선 피복은 미국에서 가장 얇기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당시 영하 20도로 내려간 강추위에 속수무책이었다. 텍사스 전력망 중 절반가량이 먹통이 됐다. 게다가 다른 주와 전력망이 연결돼 있지 않아 비상 전력을 끌어오지 못해 피해가 더 컸다. 이후 텍사스는 이른바 ‘전력망 겨울화’에 매년 50억달러 이상을 쓰지만 여전히 미국 정전 1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텍사스에 겨울이 고비라면 플로리다는 여름이 골치다. 매번 대형 허리케인이 상륙해서다. 2020년 ‘도리안’과 2022년 ‘이안’이 대표적이다. 그때마다 50년 이상 된 노후 전선이 끊기거나 송전탑이 무너져 대규모 정전이 일어났다. 여기에 열대 폭풍과 고온까지 겹쳐 플로리다의 ‘여름 정전’은 일상이 됐다. 인근 조지아주와 앨라배마주도 비슷한 처지다. 대부분 1960년대 이후 교체하지 않은 노후 전력망이 정전 피해를 키운다. 이들 지역의 전력망 등급은 F로 미국에서 가장 낮다.
캘리포니아 전력망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7일 발생한 로스앤젤레스(LA) 산불의 발화점이 송전탑이라는 의혹이 나오면서다. 불이 난 LA 카운티의 산 중턱에 설치한 송전탑에서 불꽃이 솟구치는 영상이 연이어 공개되고 있다. 2021년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도 낙후한 전력망에서 발생한 불꽃이 원인이었다. 2018년 캘리포니아 산불도 송전선 불꽃이 발화점이었다. 2만 채의 집을 태워 지역 전기 공급을 담당한 회사가 파산신청을 할 정도였다.
연이은 정전과 산불로 어려움에 처한 곳이 많지만 흥하는 기업도 있다. 전력망과 관련된 인프라 기업이다. 올해부터 미국 내 변압기와 송전망의 70%가 교체될 전망이어서 이들 기업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HD현대와 LS그룹 같은 한국 기업도 톡톡히 수혜를 보고 있다.
정인설 논설위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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