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태양광 분야에서 중국에 이은 세계 2위 국가다. 중국을 제외하고 태양광 제조 단계별 생산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국가다. 태양광 패널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 공정을 거쳐 태양광 발전이 된다. 미국 기업은 보통 모듈 제조에 집중해 관련 밸류체인을 갖춘 곳이 많지 않다. 하지만 한화큐셀은 미국에서 잉곳부터 웨이퍼, 셀, 모듈까지 전부 만들 수 있다. OCI그룹도 말레이시아 자회사인 OCIM에서 폴리실리콘을 만들고 있다. 한국 기업의 제품은 중국에서 생산되는 태양광 제품보다 최소 세 배 이상 비싸다.
중국에 치이던 한국 기업이 살 길을 찾은 건 미국 덕분이다. 중국에 이은 세계 최대 태양광 시장인 미국은 2022년 6월부터 중국산 태양광 수입을 차례차례 봉쇄하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는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UFLPA)을 통해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생산된 폴리실리콘의 미국 반입을 전면 차단했다. 그러자 중국은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4개국에 마련한 설비를 통해 미국에 우회 진출했다.
미국은 이렇게 수입되는 제품마저도 차단하기 위해 최대 271.28%의 반덤핑 관세, 최대 292.61%의 상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지난해 6월 발표했다. 그러자 미국에 들어오는 태양광 모듈이 월별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중국 기업은 미국 시장에 생산 설비를 신설하는 방법을 최종 수단으로 삼았다. 하지만 미국 정부 압박에 현지 공장도 잇따라 매각하고 있다. 세계 3위인 중국 트리나솔라가 지난 9일 5GW 규모의 모듈 공장을 노르웨이 프레이어에 매각한 게 대표적이다.
중국 경제는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전 세계 모든 수입품에 10%, 중국산 수입품에 60%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미국에 태양광 시장은 결코 놓칠 수 없는 분야다.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등은 전 세계에서 태양광 발전 효율이 가장 좋은 지역 중 하나다. 일조량이 풍부하고 구름 낀 날씨가 적어서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역시 태양광 시장에서 분기마다 1조원 이상을 벌고 있다. 태양광 패널과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등을 패키지로 묶어 파는 형태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 때문에 트럼프 정부가 태양광 분야에 대해 강도 높은 규제를 하기 힘들 것”이라며 “태양광을 통한 종합 에너지 솔루션 시장은 계속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최대 태양광 모듈 생산 회사인 한화큐셀도 기회가 있다. 미국 카터즈빌 공장이 올해 완공되면 가동률 반등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중장기적으로 미국 시장에서 태양광 셀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셀을 수입해 모듈로 제조하곤 하는데, 세계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한 중국 기업의 공급이 막힌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풍력에는 부정적이지만, 태양광에 대해선 비판적이지 않다는 점도 호재”라고 설명했다.
김형규/오현우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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