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는 15일 “국가가 지금 처한 상황이 정말 심각하다”며 “여야가 제대로 하지 못하면 두고두고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탄핵안이 가결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직무가 정지된 한 총리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국회 특별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그는 “계엄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국무위원으로서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에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한 총리는 ‘계엄 선포를 위한 제대로 된 국무회의가 없었다’는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여러 절차상 흠결이나 실체적 흠결 등으로 봤을 때 (계엄이) 정상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본다”며 “윤 대통령으로부터 당일(지난해 12월 3일) 오후 8시40분께 계엄 선포 계획을 전해 듣고, 국무위원을 소집하자고 건의했다”고 답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 전 관련 내용을 한 총리에게 미리 알렸다’는 김 전 장관 측 변호인 주장과 관련해서는 “전혀 그런 일이 없다고 (총리실이) 보도자료를 냈고, 필요하면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국무위원과 대통령실 참모들은 민주당 등 야당이 제기한 의혹을 대부분 부정했다.‘비상계엄 선포 전 이뤄진 만찬에서 윤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언급했다’는 박선원 민주당 의원의 의혹 제기에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비상대권은 국가 비상사태 때 대통령이 비상조치를 내릴 수 있는 권한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 밤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에서 계엄 예비비 등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있었다는 민병덕 민주당 의원 질의에 “그런 사실이 없다. 관련 쪽지는 들어본 적도 없다”고 답했다.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이 계엄을 염두에 두고 북파공작원부대(HID)를 미리 방문했다’는 야권 주장에 대해서는 인성환 국가안보실 2차장이 부인했다. 2023년 6월 김 차장과 함께 HID를 찾은 인 차장은 “주 방문 목적은 ‘몇 년 동안 근무수당이 열악하다’고 해 정보기관 관계자들과 함께 격려 방문을 하면 처우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 총리는 이날 계엄 사태 이후 국정 난맥을 우려하며 국회의 합심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모습과 앞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과 경제, 금융시장의 세계적 추세 등을 봤을 때 우리 국가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제야말로 과거에 그랬듯 우리 정치권이 국민만을 위해, 이 나라를 제대로 세우기 위해 진심으로 대화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의 이유가 된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와 관련해선 “(임명하려면) 헌정사상 관례가 있어야 하는데 단 한 번도 여야 합의 없이 임명된 경우가 없었다”고 말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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