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되기 직전 촬영한 대국민담화를 통해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후 공개한 글을 통해서는 “계엄은 범죄가 아니다”며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수사에 응하지 않고 공수처 수사의 정당성에 계속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법적 논란을 부각시키며 지지층 결집을 위한 여론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영장이 발부되고, 또 영장 심사권이 없는 법원이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고, 수사기관이 거짓 공문서를 발부해 국민을 기만하는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되고 무효인 영장에 의해서 절차를 강압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정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은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청구하고, 관할 법원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이 영장을 발부한 데 이어 55경비단의 관저 출입 허가 공문서가 공수처에 의해 임의로 작성됐다는 게 윤 대통령의 주장이다. 또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불법수사이기는 하지만 일단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며 “그러나 공수처의 수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도 이날 체포영장 집행이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공수처는 불법·부당한 영장으로 폭력적으로 관저에 진입했고 진입 과정에서 시민들이 다쳤다는 소식을 대통령이 보고 받았다”며 “윤 대통령은 젊은 경호처 직원이 경찰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우려에서 이 사태를 막아야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한 것과 공수처와 경찰이 이날 관저에 진입한 것 등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오동운 공수처장과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 체포는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와 위법 소지가 다분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 더불어민주당과 내통한 경찰이 만든 비극의 삼중주”라며 “불법 영장 집행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공수처와 경찰이 부당하고 불법적인 영장을 집행했고, 사법부가 불법 영장 집행에 가담했다”며 “야당이 공수처와 국수본을 겁박한 것은 역사가 반드시 기록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공개한 ‘국민께 드리는 글’을 통해서는 12·3 비상계엄이 정당하다고 재차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을 통해)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와 국민 주권이 위기 상황임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계신 국민께 상황의 위급함을 알리고, 국회 독재의 망국적 패악을 감시·비판하게 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와 헌법 질서를 지키려고 했다”며 “계엄은 범죄가 아니라 국가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통령의 권한행사”라고 했다.
이어 “계엄은 내란이라는 프레임 공세로 탄핵소추됐는데,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라며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였다”고도 했다.
야당을 겨냥해서는 국정을 마비시키고 반국가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부정선거 의혹 제기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국민에게 주권을 찾아드리겠다고 약속한 만큼 저 개인은 어떻게 되더라도 아무런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체포 직전 관저를 찾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는 “이런 상황에서 남은 2년 반 임기를 더해서 뭐 하겠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여기(관저)에 있으나, 저기(공수처)에 있으나 마음대로 못 돌아다니는 건 매한가지인데, 들어가는 게 낫겠다” “좌파 사법 카르텔이 얼마나 무섭고 무도한지 오늘 똑똑히 봤다” 등의 발언도 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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