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43일 만에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됐다.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기관에서 조사받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공수처는 체포영장 집행 후 48시간 내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으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는 15일 오전 10시33분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공조본은 새벽 4시30분부터 경찰 수사관 1100명과 공수처 검사·수사관 40여 명을 동원했다. 경호처는 전체 인원 750명 중 500여 명을 배치했으나 1차 영장 집행 때와 달리 경찰 진입을 적극적으로 저지하지 않았다.
오전 8시24분 3차 저지선인 관저 정문에 도착한 공수처 검사는 윤 대통령 변호인단과 출석 형태를 두고 2시간여 실랑이 끝에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혐의로 체포된 윤 대통령은 20분 만에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로 호송됐다.
공수처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40분까지 약 10시간40분에 걸쳐 윤 대통령을 조사했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을 필두로 이대환·차정현 부장검사가 차례로 조사했으나 윤 대통령은 모든 질문에 단 한마디도 답하지 않고 묵비권을 행사했다. 조서 열람·날인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후 윤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의 3평형 독방에 구금됐다.
윤 대통령 측은 서울서부지방법원이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을 인정해 체포·수색영장을 발부한 뒤에도 “위헌·위법한 영장”이라며 ‘불법 수사’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사전 녹화한 영상 메시지를 통해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영장이 발부되고,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되고 있다”면서도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 체포에 응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윤 대통령 측은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의 적법 여부를 다투는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했다. 체포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이 아니라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한 것은 향후 있을 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에 맞서 서울서부지법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차단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적 목적의 불법 수사”라며 “공수처에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반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헌정 질서 회복의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허란/도병욱 기자 why@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