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안 좋을수록 기회"…'똘똘한 물건' 역대급으로 쏟아진다

입력 2025-01-16 16:06   수정 2025-01-16 16:22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지난해 세 번째로 많은 경매 물건이 접수됐어요. 올해도 부동산 경기 침체로 물건이 역대급으로 쏟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똘똘한 물건’을 잡을 기회입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사진)은 16일 “부동산 경기 하락장은 그 어느 때보다 좋은 경매 물건이 많아지는 시점이어서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소장은 “경매 물건은 거시경제 상황에 반비례해 경제가 안 좋을수록 많아진다”고 했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이 지난 12일 발표한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3510건으로 4년1개월 만에 3500건을 돌파했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로 매물을 내놓는 채무자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전세사기 문제에 탄핵 사태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잇따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불확실성이 이르면 올 1분기에 해소되더라도 연내 매물이 소진되는 선순환 구조로 바뀌기는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매 물건이 접수되고 매각 기일까지 평균 7개월 정도 걸리는 등 시장 상황보다 후행하기 때문이다.

양극화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 불확실성으로 안전자산인 아파트 경매 쏠림 현상은 물론 수도권과 지방, 아파트와 비아파트 간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강 소장은 “경매 시장 자체로만 봤을 땐 수요자가 그 어느 때보다 접근하기 좋은 시점”이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로 경매 물건이 많아지는 반면 수요자는 줄어 전보다 경쟁이 덜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수요가 분산돼 상대적으로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 낙찰률(경매 물건 대비 낙찰 물건 비율), 평균 응찰자 수 등은 떨어질 수 있다. 다만 부동산 시장이 약보합세여서 압도적인 비교 우위를 갖는 시세차익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소장은 “시장이 불안할 때일수록 지역과 매물 특성을 좁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아궁이에 불을 때면 방 전체가 아니라 아궁이 주변부터 온기가 전달되듯 시장이 어려울수록 중심부에서 가까운 지역부터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실거주자라면 자신이 잘 아는 지역, 재건축·재개발 등 개발 호재가 분명한 지역, 인천 송도·청라신도시같이 교통이나 주거 기반 시설이 좋은 지역 경매 매물부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반면 “투자를 염두에 둔 수요자라면 다음 정부의 부동산 로드맵이 나오는 걸 확인하고 참여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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