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주 훔쳐갔다", 8년째 끝나지 않은 K보톡스 내전

입력 2025-01-16 18:20   수정 2025-01-16 18:21

대한민국은 ‘보툴리눔 톡신 강국’으로 꼽힌다. 제품이 많고 의사의 손기술이 좋은 데다 값도 싸다. 보툴리눔 톡신 원정 시술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다. 하지만 보툴리눔 톡신 강국으로 불리는 이면에는 껄끄러운 법적 분쟁이 자리 잡고 있다. 2017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K보톡스 균주 도용’ 분쟁이다.

국내에서 보툴리눔 톡신을 개발·판매 중인 기업은 20여 곳에 달한다. 한국을 제외하면 세계적으로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상업화하는 데 성공한 업체는 5곳뿐이다. 국내에 관련 기업이 밀집했다는 의미다.

보툴리눔 톡신 독소는 1g만으로도 100만 명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이 때문에 각국 정부가 엄격히 관리한다. 20여 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첫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품은 2006년 세상에 나왔다. 양규환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연구하다가 한국으로 들여왔고, 이 균주를 기반으로 메디톡스가 제품을 개발했다. 메디톡스가 제품을 내놓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휴젤(2009년)과 대웅제약(2013년) 등이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 뛰어들었다. 두 회사는 균주를 통조림과 경기 용인 땅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난한 ‘K보톡스’ 집안 싸움이 벌어진 것은 이때부터다. 메디톡스는 후발 주자들이 원료(균)와 공정법을 도용했다며 2017년 처음 소송을 걸었다. 다른 회사들은 사실무근이라고 맞섰다. 분쟁은 국내 법원을 넘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까지 이어졌고 아직 명확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저렴한 고품질 제품이 ‘너무 많아’ 문제인 한국의 보툴리눔 톡신 시장. 치열한 집안 싸움 탓에 글로벌 시장에서 보툴리눔 톡신 강국 이미지가 퇴색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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