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만 펴지는 줄 알았는데…보톡스 맞았더니 '반전'

입력 2025-01-16 18:18   수정 2025-01-16 18:20


보툴리눔 톡신 제품은 현재 미용 시술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지만 원래 목적은 질병 치료였다. 원조 제품인 미국 애브비 ‘보톡스’도 미용 시술용이 아니라 치료용으로 먼저 198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관문을 넘었다.

환자들의 주름이 펴지는 것은 보툴리눔 톡신이 치료 목적으로 허가받을 때 확인된 ‘부작용’이었다. 눈 밑 떨림을 치료하기 위해 보톡스를 투여했는데 이마 주름이 펴지는 식이었다. 지금이야 원래 목적보다 부작용이 더 인기를 얻어 주객전도됐지만 보툴리눔 톡신 제품의 활용법은 무궁무진하다. 근육 수축, 이완 효과는 이마에만 나타나지 않는다. 성형외과, 피부과 문턱을 넘어 안과, 재활의학과, 치과, 심지어 비뇨기과 의사까지 보툴리눔 톡신을 찾는다.
안검경련 치료 약으로 허가…주름 완화는 ‘덤’
FDA가 보툴리눔 톡신을 허가한 최초 적응증(치료 효과를 볼 수 있는 질환)은 눈 밑 떨림(안검경련)이다. 안검경련은 눈을 감을 때 쓰는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수축해 나타나는 증상이다. 원하지 않는데도 눈이 저절로 감겨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곤 한다. 이때 눈 주변 등 얼굴 근육에 보툴리눔 톡신을 투여하면 근육 움직임을 억제해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주름이 펴지는 것은 ‘덤’이다.

근육 긴장, 편두통 등을 치료할 때도 보툴리눔 톡신을 쓴다. 근육긴장이상증은 근육이 과도하게 수축해 몸이 떨리는 상태다. 예컨대 목 근긴장이상증은 목 근육의 일부가 비정상적으로 수축하면서 목이 돌아가거나 기울어지는 증상을, 팔 국소근긴장이상증은 손가락 등에 비정상적으로 힘이 들어가는 증상을 뜻한다. 바이올린 등 현악기를 연주하는 사람과 피아니스트는 국소근긴장이상증을 종종 호소한다. 글씨를 쓸 때 힘이 많이 들어가 손이 꼬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럴 때 비정상적으로 힘이 들어가는 근육을 찾아 보툴리눔 톡신 주사를 맞으면 수축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편두통, 다한증도 예외는 아니다. 만성 편두통 환자에게는 두피 근육과 목 주변 근육에, 다한증 환자에게는 땀샘과 피지선 주변에 보툴리눔 톡신을 주사한다.

비뇨기과에서도 보툴리눔 톡신을 활용한다. 대표 증상이 과민성 방광이다. 소변을 참기 힘들거나 하루에 8번 이상 소변을 보는 것으로,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을 준다. 과민성 방광은 방광 근육이 지나치게 자주 수축해 발생한다. 건강한 사람은 방광에 400~500mL 소변이 차도 크게 불편하지 않지만 과민성방광 환자는 적은 양이 차더라도 방광 근육이 수축해 화장실을 간다. 이때 방광에 보툴리눔 톡신 주사를 맞으면 방광 근육 수축을 막아준다. 저장 가능한 소변 양이 늘기 때문에 화장실을 가는 횟수도 줄어든다. 치과에서는 이갈이, 이 악물기 습관을 고치는 데도 보툴리눔 톡신이 사용된다.
효과 빠른 ‘E타입 보톡스’ 개발 착수
다만 미용 시술처럼 치료를 위해 보툴리눔 톡신을 맞는다고 해도 치료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최소 1~2주가 지나야 한다. 국내외 보툴리눔 톡신 회사들이 치료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차세대 제품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다. 대표 제품이 ‘E타입’ 보톡스다. 보툴리눔 톡신은 독소 성질에 따라 A타입부터 G타입까지 분류된다. 그중 A타입과 B타입 독소를 활용한 제품만 시장에 출시됐다. 국내에는 A타입만 유통된다. E타입은 효과가 다소 늦게 나타나는 A타입의 단점을 보완한 제품으로 개발되고 있다. 1주일 안에 효과가 나타나 치료용에 적합하다. 해외에선 애브비가 E타입 개발을 마쳤지만 아직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았다. 국내 기업 중 E타입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제테마는 내년 새 제품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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