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톡신 제품은 현재 미용 시술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지만 원래 목적은 질병 치료였다. 원조 제품인 미국 애브비 ‘보톡스’도 미용 시술용이 아니라 치료용으로 먼저 198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관문을 넘었다.
환자들의 주름이 펴지는 것은 보툴리눔 톡신이 치료 목적으로 허가받을 때 확인된 ‘부작용’이었다. 눈 밑 떨림을 치료하기 위해 보톡스를 투여했는데 이마 주름이 펴지는 식이었다. 지금이야 원래 목적보다 부작용이 더 인기를 얻어 주객전도됐지만 보툴리눔 톡신 제품의 활용법은 무궁무진하다. 근육 수축, 이완 효과는 이마에만 나타나지 않는다. 성형외과, 피부과 문턱을 넘어 안과, 재활의학과, 치과, 심지어 비뇨기과 의사까지 보툴리눔 톡신을 찾는다.
근육 긴장, 편두통 등을 치료할 때도 보툴리눔 톡신을 쓴다. 근육긴장이상증은 근육이 과도하게 수축해 몸이 떨리는 상태다. 예컨대 목 근긴장이상증은 목 근육의 일부가 비정상적으로 수축하면서 목이 돌아가거나 기울어지는 증상을, 팔 국소근긴장이상증은 손가락 등에 비정상적으로 힘이 들어가는 증상을 뜻한다. 바이올린 등 현악기를 연주하는 사람과 피아니스트는 국소근긴장이상증을 종종 호소한다. 글씨를 쓸 때 힘이 많이 들어가 손이 꼬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럴 때 비정상적으로 힘이 들어가는 근육을 찾아 보툴리눔 톡신 주사를 맞으면 수축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편두통, 다한증도 예외는 아니다. 만성 편두통 환자에게는 두피 근육과 목 주변 근육에, 다한증 환자에게는 땀샘과 피지선 주변에 보툴리눔 톡신을 주사한다.
비뇨기과에서도 보툴리눔 톡신을 활용한다. 대표 증상이 과민성 방광이다. 소변을 참기 힘들거나 하루에 8번 이상 소변을 보는 것으로,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을 준다. 과민성 방광은 방광 근육이 지나치게 자주 수축해 발생한다. 건강한 사람은 방광에 400~500mL 소변이 차도 크게 불편하지 않지만 과민성방광 환자는 적은 양이 차더라도 방광 근육이 수축해 화장실을 간다. 이때 방광에 보툴리눔 톡신 주사를 맞으면 방광 근육 수축을 막아준다. 저장 가능한 소변 양이 늘기 때문에 화장실을 가는 횟수도 줄어든다. 치과에서는 이갈이, 이 악물기 습관을 고치는 데도 보툴리눔 톡신이 사용된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