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업계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저전력이다. AI 데이터센터를 돌리는 데 너무 많은 전기가 쓰이다 보니 전기가 덜 들거나 전력 손실을 줄여주는 부품·소재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14일 방문한 미국 텍사스주는 전력망 구축 프로젝트를 발주할 때 ‘높은 전력 효율성’을 핵심 요청 사안으로 내건다. 320마일(약 514㎞) 떨어진 미국 남동부의 남는 전기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이 있는 텍사스로 초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을 통해 가져오는 ‘서던 스피릿’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HVDC란 대용량 전기를 큰 손실 없이 멀리 보내는 장거리 송전 기술이다. 텍사스주는 HVDC 전력망을 구축해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피크타임에도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불고 있는 HVDC 설치 붐은 한국 기업에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전망이다. HVDC를 만들려면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한국 기업 중엔 LS일렉트릭만 HVDC 초고압 변압기를 제조한다. LS전선은 HVDC 지중·해저케이블을, 대한전선은 HVDC 지중 케이블을 생산한다.
LS일렉트릭은 HVDC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2011년 국내 최초로 부산에 전용 공장을 세웠다.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1600억원을 들여 증설에 나섰다. LS전선은 지난달 미국에서만 4400억원 규모의 HVDC 해저케이블 공급 계약을 따냈다. 대한전선은 최근 캘리포니아주에서 900억원 규모의 HVDC 지중케이블 사업을 수주하며 미국 시장에 데뷔했다.
한국 기업들은 차세대 저전력 기술인 ‘초전도 솔루션’ 상용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송전 과정에서 생기는 전력 손실을 ‘제로’(0) 수준으로 줄이는 기술이다. 변압기가 필요 없는 만큼 기존 변전소의 10분의 1 크기로 지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오스틴=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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