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몸값’이 오른 산업은 전력기기만이 아니다. 통신용 해저케이블도 못지않게 각광받고 있다. 미국 빅테크들이 AI 서비스 확산에 따른 트래픽 폭증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인터넷망을 구축하고 있어서다. LS전선, 대한전선 등 국내 기업엔 이런 호재가 또 없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중국산 해저케이블이 미국에 깔리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게 확실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빅테크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자체 통신망 구축에 나선 기업은 메타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을 산하에 둔 메타는 전 세계 모바일 트래픽의 22%를 차지한다. 메타는 북미, 오세아니아, 인도, 아프리카를 4만㎞ 해저케이블로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모두 100억달러(약 14조6000억원)가 투입되는 초대형 사업이다.
구글도 유튜브 트래픽 폭증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1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과 일본을 해저케이블로 연결하기로 했다. 호주와 아프리카 대륙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다. 아마존은 싱가포르부터 괌을 거쳐 미국 서부까지 1만5288㎞를 연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해저케이블 분야 국내 1위인 LS전선은 빅테크를 포함한 미국 주요 기업과 해저 통신케이블 공급을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S전선은 해저 광케이블을 직접 제조할 뿐 아니라 국내에 유일한 해저광케이블 매설 업체인 LS마린솔루션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케이블 생산부터 매설까지 턴키로 제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 관세를 예고한 것도 LS에는 기회다. 미국에 현지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어서다. LS전선은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오는 4월 버지니아주에 미국 최대 규모 해저케이블 공장을 착공한다. 버지니아 주정부와 에너지부로부터 총 1억4700만달러 지원금을 받았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미국 사업에 자신감을 드러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구 회장은 지난 9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미국 시장에서 전선은 앞으로도 좋아질 것이고 그룹 전체적으로도 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전선도 최근 포설선을 확보하는 등 해저케이블 사업에 뛰어들었다. 미국 내 현지 케이블 공장이나 업체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 전선업계는 올해 글로벌 해저케이블 수요가 지중케이블(땅 밑을 지나는 케이블) 수요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저케이블 가격이 지중케이블보다 40%가량 높은 만큼 매출과 영업이익도 그만큼 늘어난다. 전 세계에 불고 있는 중국산 해저케이블 퇴출 움직임도 한국 기업엔 기회 요인이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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