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6일 기준금리를 연 3.0%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 연속 인하 후 숨 고르기에 나섰다. 다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원 6명 전원이 ‘3개월 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라고 말해 2월에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한은은 이날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며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시작한 한은은 11월에도 추가 인하를 단행하며 속도전을 폈지만 올 들어 첫 금통위에서는 동결을 택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경기만 보면 금리를 내리는 것이 당연하지만 환율 변동성이 국내 물가와 금융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국내 정치 상황과 미국 등 주요국 경제정책을 좀 더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 우려보다 대내외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고환율 대응에 좀 더 무게를 두고 금리를 동결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다만 “성장 하방 압력이 커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금통위원들이 3개월 포워드가이던스에서 전원 일치로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3월에는 금리 결정 회의가 없는 만큼 2월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번 금통위 결정에는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동의했다. 신성환 금통위원은 경기 부진을 근거로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냈다.
신 위원은 “환율 상승이 물가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경기 둔화로 수요 측 물가 압력이 줄어들 것으로 판단한다”며 “경기에 중점을 두고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새해 첫 금통위서 기준금리 年 3.0%로 동결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비상계엄 선포 전인 지난달 3일 1402원90전에서 지난달 말 1472원50전까지 올랐다. 이 총재는 “환율이 계엄 전 1400원에서 1470원으로 올랐는데 이 중 50원은 세계 공통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라며 “나머지는 정치 영향인데, 국민연금 환 헤지 물량, 외환당국 시장 안정화 조치 등을 고려하면 (정치 영향은) 20원보다 큰 30원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환율은 물가에도 부담이 된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물가를 높이는데, 이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이 총재는 “1470원의 환율 수준이 계속될 경우 올해 물가상승률이 전망치(1.9%)보다 0.15%포인트 상승해 2.05%로 오를 것”이라며 “물가상승률이 목표(2%) 수준에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경계감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이 총재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대외 균형을 좀 더 보고 확실해진 다음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며 “앞서 두 차례 금리 인하 효과를 확인하고, 숨을 고르면서 정세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원50전 내린 1456원70전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금리 동결 발표 직후 1440원대까지 내렸다가 추가경정예산 가능성 등이 언급되자 하락폭을 일부 반납했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49%포인트 하락한 연 2.626%에 거래를 마쳤다. 국고채 금리도 환율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이 총재는 이날 환율이 내린 이유로 달러화지수 하락과 함께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된 점을 꼽았다.
이 총재도 “모든 금통위원이 경기만 보면 금리를 내리는 게 당연한 상황이라고 봤다”며 “금리 인하 소수의견은 1명뿐이었지만 이보다 많은 (경기 부진에 대한)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다음달 25일로 예정된 올해 두 번째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통위원들의 3개월 포워드가이던스에서 전원일치로 금리 인하 의견이 나온 데다 2월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의견이 일치한 것에 대해 “국내 경기가 예상보다 좋지 않은 상황인 만큼 단기적으로 국내 정치 프로세스와 대외 경제 여건 변화를 확인한 이후 금리를 내려 경기에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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