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는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11월 금리 인하 이후 가장 큰 여건 변화는 비상계엄 사태에서 촉발된 정치적 리스크 확대였다"며 "소비, 건설경기 등 내수 지표가 예상보다 많이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0.2%나 더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게 되면 2024년 성장률도 (기존 전망치인 2.2%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경기 상황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한 첫째 이유로는 원/달러 환율 상승을 들었다. 이 총재는 "정치적 변화가 환율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다"며 "현재 환율 수준은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이라든지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로 설명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계엄 등 정치적 이유로 환율이 30원 정도 펀더멘털에 비해 더 오른 걸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고환율에 따른 물가 상방 압력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환율이 만일 1,470원대로 오른 채 유지된다면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저희가 예측했던 1.9%보다 0.15%포인트(p) 올라 2.05%가 될 것"이라며 "물가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아울러 "환율뿐 아니라 국제 유가가 같이 올라가면 (물가에 미치는) 임팩트가 더 클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결론적으로 "(지난해 10월과 11월의) 두 차례 금리 인하 효과도 지켜볼 겸 숨 고르기를 하면서 정세에 따라 (금리 인하 여부를) 판단하는 게 더 신중하고 바람직한 거 아닌가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날 금통위의 결정에는 신성환 위원이 '인하' 소수 의견을 냈다. 신 위원은 "환율 등 대외 부문이 걱정되는 건 사실이지만 금리 인하 방향성이 이미 외환시장에 반영되고 있다"는 의견이라고 이 총재가 전했다. 신 위원은 환율 상승이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경기 둔화로 수요측 물가 압력이 줄어들 것으로 판단해 경기에 중점을 두고 금리 인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다른 분들은 (신 위원 의견에) 다 동의하면서도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커서 일단 대내 요인에 방점을 두고 한번 쉬었다 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이었다"고 설명했다.
금통위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이 총재는 "저를 제외한 금융통화위원 6명 모두 3개월 이내에 현재 연 3.00%보다 낮은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금통위원들은) 국내 경기가 예상보다 안 좋아서 단기적인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과 대외 경제 여건을 확인한 이후에는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에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한 분만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냈다고 했는데, 내용상으로는 5대1이라는 숫자가 보여주는 것보다 다양한 의견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만 가지고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든지 통화정책에 모든 부담을 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통화정책 외에도 추가경정예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추경 규모에 관해선 "경제성장률을 인위적으로 올리는 게 아니라 외부 요인으로 둔화하는 성장률을 보완하는 규모로 하면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장률이 예상보다 0.2% 정도 떨어진다면 한 15조~20조원 정도 규모가 성장률 떨어진 것을 완화하지 않겠느냐고 했다"며 "시기 면에서는 가급적 빨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 "어제 있었던 이벤트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많이 감소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어제 일을 계기로 과거와 같이 질서 있게 이 문제를 해결하게 될 것이고, 경제 정책은 정상적으로 집행될 것이라는 얘기를 해외에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정치와 경제 프로세스를 분리해야 한다고 하면 바보 같은 소리라고 하는데, 당연히 분리가 어렵다"며 "어렵지만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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