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美웨스팅하우스, 원전 지재권 분쟁 타결

입력 2025-01-17 00:20   수정 2025-01-17 02:48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지식재산권 분쟁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 2년여간 지속돼오던 지재권 분쟁이 종료되면서 한국과 미국이 ‘팀 코러스(Team Korea+US)’를 이뤄 글로벌 원전 수출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6일 원자력업계에 따르면 한수원과 한국전력, 웨스팅하우스는 웨스팅하우스의 지분을 보유한 캐나다 핵연료 회사 카메코와 함께 협상 타결을 공식 선언하기로 했다. 한수원과 한전, 웨스팅하우스는 지재권 분쟁 절차를 중단하고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한수원 고위 관계자는 “원전 수출 시장이 넓어지는 효과가 기대된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원전 부품 업체 등의 일감도 늘어나 원전 생태계와 공급망이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측은 비밀 유지 계약에 따라 지재권 협상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력업계에선 한수원이 유럽 시장에 진출할 때는 웨스팅하우스와 조율하고, 중동 등의 시장에선 ‘한국형 원전’으로 진출하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원자력업계에선 오는 3월 예정된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최종 수주를 앞두고 우리나라가 서둘러 분쟁을 종결지은 것이란 시각도 있다.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원전을 서둘러 지으려는 지역은 대개 유럽”이라며 “앞으로 유럽지역 수출을 웨스팅하우스와 조율해야 한다면 3월 체코 본계약을 성공시키기 위해 우리 정부가 상당 부분 양보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체코에 공급하려는 최신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자사의 원천 기술에 기반한 것이라며 한수원의 독자적인 수출에 제동을 걸어왔다.

반면 한수원은 APR1400이 웨스팅하우스의 기술과 무관하게 국산화에 성공했기 때문에 독자 수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체코 본계약을 비롯해 한수원이 원전 수주전에 나설 때마다 발목을 잡힐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따라서 한수원으로선 불확실한 분쟁을 이어가기보다 이번 협상 타결을 통해 팀 코러스로 글로벌 수출 시장을 넓히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한·미 양국 정부는 지난 8일 제3국으로의 원전 수출 문제와 관련한 당국 간 소통 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을 담은 약정(MOU)에 정식 서명했다. 일각에선 해당 MOU가 이번 지재권 분쟁 협상 타결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원전만 놓고 보면 지난 8년가량 대화가 안 되는 상황을 이번 MOU를 통해 풀어냈다”며 “우리가 체코에 (원전을) 수출하는 것은 큰 문제 없이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안 장관은 “이 문제가 풀리면 큰 시장에서 조인트 파트너십으로 할 일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슬기/정영효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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