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카드를 실버 카드(75세 미만)와 어르신 카드(75세 이상)로 이원화했으면 좋겠습니다."
무임승차 교통카드를 발급받은 서울시민 현만승 씨(1958년 생)는 지난 14일 서울시 ‘규제철폐 대토론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이 같이 제안했다. 한 씨는 "지하철 무임승차가 절실한 분도 있겠지만 (저를 비롯해) 70세 이전까지는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분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어르신인데 어르신이길 거부하시는 거냐"며 농담을 건넸다. 그러면서 그는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과 활동을 할 수 있는 시니어로 분류하는 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노년기를 보내는 방법이 다양화하면서 복지사업의 대상이 되는 노인 연령 기준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달 출범할 인구정책위원회는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을 주요 의제로 다룰 예정이다. 앞서 시는 작년 6월 발표한 '인구정책 기본계획'에서 신규 복지사업의 대상이 되는 노인 연령 기준을 유연하게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문가 등 20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이런 서울시의 정책 방향에 자문을 줄 계획이다.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른 고령층 대상 복지는 지하철 무임승차제다. 노인복지법에 따라 65세 이상 경로자는 지방자치단체의 지하철을 무료로 탈 수 있다. 다만 1981년 제정한 뒤 노인 연령은 44년째 그대로다. 그사이 고령층 기대 수명은 66.7세에서 84.3세(2024년 기준)로 17.6세나 늘어났다.
한 씨처럼 스스로를 어르신이길 거부하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는 연구가 있다. 서울시가 2023년 65세 이상 노인 3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평균적으로 72.6세 이상을 노인으로 생각했다. 보건복지부가 작년 발표한 '2023 노인실태조사'에서도 '노인으로 생각하는 연령' 기준은 평균 71.6세로 나타났다.
고용 분야에서도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은퇴한 중장년층의 취업 기회를 창출하는 제도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계청의 ‘2024 고령자 연구’에 따르면 혼자 사는 65~69세 중 취업자는 47%. 70~74세는 38.%, 80세 이상은 20% 순으로 나타났다.
40대 이상 중장년층 대상 취창업 교육을 하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민간 연구 센터와 협업해 '서울시 중장년 일자리 수요조사 '를 조만간 시작할 예정이다. 경력, 고용형태, 좋은 일자리에 대한 인식 등 중장년 일자리에 대한 수요 전반을 분석해 정책 설계 시 참고하기로 했다.
최근 개설한 40대 직업 캠프 등 교육 프로그램에 50·60대가 참가 희망하는 수요도 높다는 게 재단의 설명이다. 재단 관계자는 "시니어로 통칭되기 보다는 본 연령보다 스스로를 젋게 인식하고 40대와 함께 하려는 50대 중장년 수강생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복지 성격을 띤 현행 어르신 일자리 대신 기업과 연계해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목표도 나름대로 세우고 있다. 강명 재단 대표이사는 “재단은 중장년이 더 많은 가능성을 펼칠 수 있도록 연령 및 수요 맞춤형 일자리 지원과 정책 대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3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중장년 구직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중장년 고용혁신 정책포럼'을 개최하는 게 대표적이다.
오세훈 시장은 오는 17일(금요일) 대한노인회에서 신년인사를 할 계획이다. 작년 10월 이중근 대한노인회장은 “노인연령을 75세로 상향하자"고 정부에 제안한 바 있는데, 오 시장이 이날 어르신들에게 관련 메시지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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