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점심을 두번씩 먹을 정도로 글로벌 기업들과 활발히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존 비만약과 병용해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했습니다."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 셋째 날인 15일(현지시간) 행사가 열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은 다수의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한미약품의 파이프라인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만약 시장은 2030년까지 13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가 시장을 선점했지만 암젠, 로슈 등 대부분의 글로벌 제약사들은 여전히 비만약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비만약 시장이 2030년 130조원까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돼서다. 지난해 3월 기준 미국에서만 총 124개의 비만약이 임상 단계에 있다.
최 센터장은 "비만약 시장이 고도화되면 약물 특성에 맞는 포지셔닝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양한 비만약이 등장해 필요한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머지않았다는 것이다. 일례로 노인이라면 체중을 빠르게 많이 감량하는 것보다 근감소를 최소화할 수 있는 약물이 유리하다.
한미약품이 차세대 비만약 후보물질로 내세우고 있는 HM17321의 경우 기존 비만약과 병용해 근감소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최 센터장은 "HM17321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 기반 비만약과 섞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라며 "한 주사기 안에 담는 것도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HM17321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비만약이다. 지난해 11월 미국비만학회에서 체중을 줄이면서도 근육이 오히려 늘어났다는 전임상 결과를 발표해 화제가 됐다. CRF2 수용체에 결합하는 물질로 위고비·젭바운드 등 GLP-1 기반 약물과 차별화한 물질이다.
위고비·젭바운드 등 비만약은 빠른 속도로 체중 감량이 가능하지만 지방과 근육이 같이 빠진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일라이릴리는 2023년 근감소증 약물 '비마그루맙'을 보유한 버사니스 바이오를 약 19억달러를 들여 인수했다. 비마그루맙과 GLP-1 비만약을 병용 투여해 근육량을 보존하면서도 체중 감량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최 센터장은 비마그루맙보다 HM17321이 투약 편의성 면에서 유리한 점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가투약이 가능한 피하주사(SC) 제형인 비만약과 달리 정맥주사(IV)로 투약해야 하는 항체는 투약 절차가 복잡하고 가격도 비싸 환자 접근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HM17321은 GLP-1 기반 약물과 마찬가지로 피하주사로 투여할 수 있다.
2026년 하반기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또 다른 비만약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일명 '순한맛' 비만약으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시판 중인 비만약과 비교해 체중 감량 효과는 크지 않지만 구토·메스꺼움 등 부작용도 적다는게 장점이다. 또 약물 자체의 반감기가 길어 투약 주기를 월1회까지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비만약을 처음 투여할 때 활용하거나 체중 감량 목표를 달성한 뒤 유지하는 약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년 가까이 지속된 한미약품의 경영권 분쟁이 지난달을 기점으로 사실상 일단락됐다. 최 센터장은 활발히 기술이전 논의를 이어가고 연구개발(R&D)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약품은 기술수출, 기술반환, 재판매의 역사를 모두 가지고 있다"며 "기술수출에 그치는 것이 아닌 상용화까지 책임질 수 있는 협력사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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