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사회에서 공무원들이 순서를 정해 사비를 들여 상사에게 식사 등 대접하는 '간부 모시는 날' 관행이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의 합동 실태조사 결과 아직 일선 공무원 사이에서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무원 10명 중 9명은 이러한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부는 오늘 중앙·지방자치단체 내 조직 문화 담당 부서를 대상으로 대책회의를 열고 관행 근절을 위한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중앙 부처에 근무하는 공무원 A씨는 "지역 파견근무를 간 주변 동료들이 간부 식사 대접을 하기 위해 식사 장소를 알아보느라 힘들어하는 모습을 종종 봤다"고 전했다.
한 기초 자치단체 공무원 B씨는 "일부 조직에서는 아직 그런 문화가 암묵적으로 퍼져 있다"며 "자발적으로 감사한 상사에게 사비를 모아 선물드리면 몰라도, 내키지 않는 자리를 억지로 고르고 함께 식사하며 대접해야 하는 건 이중으로 고역인 일"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번 조사는 'e사람(중앙)' 및 '인사랑(지자체)' 시스템을 통한 설문조사 방식으로 공무원 15만4317명(중앙 부처 6만4968명, 지자체 8만9349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공무원 5명 중 1명은 최근 1년 내 '간부 모시는 날'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응답자의 18.1%가 이와 같이 답했다. 특히 지자체에서의 경험 비중이 크게 나타났다. 중앙 부처에서 일하며 경험했다고 답한 경우는 10.1%, 지자체에서는 23.9%로 두 배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관행을 경험한 공무원들은 심하면 매주 1~2회씩도 간부를 모시고 있다고 답했다. 간부 모시는 날 경험 빈도를 조사한 결과 지자체에서는 주 1~2회가 45.9%로 가장 많았다. 중앙행정기관의 경우 월 1~2회가 46.1%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공무원 10명 중 9명(91%)은 간부 모시는 날이 불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들은 가장 시급한 것으로 '간부 공무원의 인식 개선(37.4%)'을 선정했다. 간부 모시는 날이 계속되는 원인으로는 '기존부터 지속되던 관행이기 때문(37.8%)' 항목을 가장 많이 꼽아, 습관적인 행동에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 간부들의 모습을 지적했다.
조사에 따르면 모셔야 하는 '간부'의 직급은 과장급의 부서장이나 국장급 이상인 경우가 다수였다. 조사 결과 간부의 직급은 부서장(과장급)인 경우가 57.0%로 가장 많았고, 국장급이 33.6%, 팀장급이 5.5%, 실장급 이상이 3.9%로 뒤를 이었다. 상명하복식 조직 분위기일수록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은 구조다.
정부는 마련한 대책을 실시한 뒤 사후 실태조사를 진행해 변화 모습을 점검하겠다고 했다. 황명석 행안부 정부혁신국장은 "실태조사로 일부 조직에서 아직 '간부 모시는 날'이 관행처럼 남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관계 기관과 함께 현시점에 맞지 않은 잘못된 내용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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