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싫다" 공무원들 '불만 폭발'…'간부 모시는 날' 뭐길래

입력 2025-01-16 12:30   수정 2025-01-16 13:08


공직 사회에서 공무원들이 순서를 정해 사비를 들여 상사에게 식사 등 대접하는 '간부 모시는 날' 관행이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의 합동 실태조사 결과 아직 일선 공무원 사이에서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무원 10명 중 9명은 이러한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부는 오늘 중앙·지방자치단체 내 조직 문화 담당 부서를 대상으로 대책회의를 열고 관행 근절을 위한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공직사회 뿌리깊은 관행 '간부 모시는 날'
'간부 모시는 날'은 공무원들이 순서를 정해 사비로 간부의 식사를 모시는 관행을 일컫는 말이다. 과거 한창 퍼져 있다 점점 사라지는 추세이나 그동안 일부 중앙부처, 다수의 지역 관가 등에서는 아직도 만연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중앙 부처에 근무하는 공무원 A씨는 "지역 파견근무를 간 주변 동료들이 간부 식사 대접을 하기 위해 식사 장소를 알아보느라 힘들어하는 모습을 종종 봤다"고 전했다.

한 기초 자치단체 공무원 B씨는 "일부 조직에서는 아직 그런 문화가 암묵적으로 퍼져 있다"며 "자발적으로 감사한 상사에게 사비를 모아 선물드리면 몰라도, 내키지 않는 자리를 억지로 고르고 함께 식사하며 대접해야 하는 건 이중으로 고역인 일"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공무원들 "매월 1-2회 사비로 간부 모셔"
현장의 불편 호소가 계속되자 행안부와 인사처는 부처 합동으로 지난해 11월 '간부 모시는 날' 실태 조사를 진행한 뒤 16일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e사람(중앙)' 및 '인사랑(지자체)' 시스템을 통한 설문조사 방식으로 공무원 15만4317명(중앙 부처 6만4968명, 지자체 8만9349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공무원 5명 중 1명은 최근 1년 내 '간부 모시는 날'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응답자의 18.1%가 이와 같이 답했다. 특히 지자체에서의 경험 비중이 크게 나타났다. 중앙 부처에서 일하며 경험했다고 답한 경우는 10.1%, 지자체에서는 23.9%로 두 배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관행을 경험한 공무원들은 심하면 매주 1~2회씩도 간부를 모시고 있다고 답했다. 간부 모시는 날 경험 빈도를 조사한 결과 지자체에서는 주 1~2회가 45.9%로 가장 많았다. 중앙행정기관의 경우 월 1~2회가 46.1%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공무원 10명 중 9명(91%)은 간부 모시는 날이 불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들은 가장 시급한 것으로 '간부 공무원의 인식 개선(37.4%)'을 선정했다. 간부 모시는 날이 계속되는 원인으로는 '기존부터 지속되던 관행이기 때문(37.8%)' 항목을 가장 많이 꼽아, 습관적인 행동에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 간부들의 모습을 지적했다.
정부 "간부들과 대책 회의해 관행 근절할 것"
이날 결과에 따라 행안부는 인사처 및 권익위와 합동으로 중앙·지자체 조직문화 담당부서를 대상으로 한 '간부 모시는 날' 근절 회의를 연다고 밝혔다. 회의에서 나온 방안을 참고해 공직사회 간부들의 인식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조사에 따르면 모셔야 하는 '간부'의 직급은 과장급의 부서장이나 국장급 이상인 경우가 다수였다. 조사 결과 간부의 직급은 부서장(과장급)인 경우가 57.0%로 가장 많았고, 국장급이 33.6%, 팀장급이 5.5%, 실장급 이상이 3.9%로 뒤를 이었다. 상명하복식 조직 분위기일수록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은 구조다.

정부는 마련한 대책을 실시한 뒤 사후 실태조사를 진행해 변화 모습을 점검하겠다고 했다. 황명석 행안부 정부혁신국장은 "실태조사로 일부 조직에서 아직 '간부 모시는 날'이 관행처럼 남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관계 기관과 함께 현시점에 맞지 않은 잘못된 내용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