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후 작가는 현재 파슨스 디자인 스쿨(Parsons School of Design at The New School)에서 파인 아트 수학 중인 신진 중에서도 신진 작가이다.
‘받아들임’과 ‘바다(ocean)드림’이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통해 작품을 마주하는 이들에게 포용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인간의 고통과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표현하는지에 대한 탐구를 담고 있다고 임 작가는 이야기한다. 다양한 매개체와 형식을 통해 개인의 내면적 갈등과 감정과 흐름은 물론 고통과 상처까지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작품들을 선보인 이번 전시에서는 평면 15작품, 입체 7작품이 전시됐다.
바다는 오랜 시간 동안 고난과 재난의 공간으로 인식되어온 바, 서구 중세에서는 신의 질서에 대항하는 혼돈과 악의 공간으로 여겨졌던 것이 근대 이후 낭만의 자유, 치유와 생명의 공간으로 이중적인 표상성을 가지게 됐다. 한편 동양에서는 바다를 모든 강물의 귀결처라는 점에서 포용성과 항상성의 표상으로 보았고, 바다에 이르러 모든 강물의 개별성이 소멸된다는 점에 주목하여 바다를 만물의 소멸처로도 인식했다.
포용성과 항상성은 인간의 덕성과 고향, 그리고 어머니를 상징하기도 하고 만물의 소멸처라는 표상성은 생명, 젊음, 열정 등의 소멸을 의미하며 바다의 표상성이 계승됐다. 이는 생육하되 죽음을 거스르지 못하고 유한한 존재의 원천적인 고통과 슬픔을 받아들여야 하는 인간의 타나토스의 운명과 같다. ‘받아들임’을 단순한 언어유희가 아닌 ‘바다드림’으로 명명한 임 작가의 깊은 사유가 드러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멸에 다다르기까지 생겨난 상처와 고통을 이어 심해의 침잠에 내맡기면서 비로소 포용과 고요의 덕성에 물드는 ‘받아들임’으로 승화시키고자하는 존재의 운명을 오롯이 질료와 대면하면서 그렇게 건져 올려진 그의 작품들이다.
그리하여 그의 어떤 작품도 바다를 연모해 달려가지 않는 것이 없다. 임 작가는 생(生)과 사(死) 그 사이 고통과 슬픔 속에서 내적 성장과 치유 그리고 평화에 이르는 구도(求道)를 작품의 테마로 전개시키되 온전히 자신의 영혼과 뼈 속에 새겨진 것들을 낱낱이 조형언어로 견인하여 보여준다.
작가 자신의 10대 마지막 1년의 모든 날들을 색으로 기록한 ‘366’, 할아버지의 투병과 죽음으로 인한 이별의 통한과 승화를 담은 ‘나의 할아버지’, ‘환생’, ‘애’의 평면 작품들에서 보여지는 내적 모티브와 질료, 그리고 표현에 이르는 연결이 관람자에게 진솔함과 맞닥뜨리게 한다. 나아가 ‘카오스’ ‘펄펫튜얼 임프린트’, ‘흐름’, ‘애착 인형’의 입체 작품들에서는 한층 정제된 조형 언어로 담대하게 질료들을 다듬어낸 흔적들이 돋보인다.
아직 수학 중인 젊은 작가에게 개인적인 고통의 경험과 종류를 질문하고 돌아온 답은 십대에 자해를 선택할 정도의 선연한 고통과 상처였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죽음’을 직면할 수 있는 임종체험 프로그램의 참여 등 그 무게와 깊이가 깊었다. 고통과 상처, 치유와 해탈과 정면하며 질료들과 작업에 몰입하는 그의 에너지는 평화와 구원에 대한 절실함이었고 명상이었다.
신작인 ‘이다 I-DA’는 이번 전시의 가장 마지막 테마이자 다음 작품 행보로 이어지는 시작이었다. ‘파란 방’으로 명명된 공간에는 우선 마스크를 찢어서 만든 붓으로 울트라마린을 캔버스에 메워가는 과정을 통해 반복과 차이를 만들어낸 대형 평면 작품과 굴 껍질과 다른 재료를 섞어 흘러내리고 있는 굴의 형상으로 재현한 조형물이 그것이다.
차경림 아트디렉터는 “임 작가가 토해낸 겁 없이 넓은 스펙트럼의 작품들 모두 심연에서 건져 올린 그 무엇 마냥 겹겹이 레이어가 두터운 시각적 언어를 보여주는 전시였다”며 “푸른 빛은 아침이 오기 전 빛을 머금은 밤하늘이자 고통과 소멸처였던 죽음의 바다에 온전히 자신을 맡긴 후 찾아온 어머니를 닮은 포용과 평화의 바다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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