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한국 영화 세 작품이 연휴 기간 관객들을 붙잡기 위해 홍보 전쟁에 나섰다. '히트맨2'의 권상우는 무대인사에서 무릎을 꿇었고, '검은 수녀들'의 송혜교는 23년 만에 예능과 유튜브 콘텐츠에 출연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도경수는 최대한 열심히 무대인사를 다니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설 연휴의 다크호스 영화는 어떤 작품이 될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연휴 극장가에 걸릴 영화 중 가장 먼저 개봉한 '히트맨2'는 지난 23일 하루 동안 7만 5697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누적 관객 수는 17만 9690명이다. 누적 관객 수 500만 관객을 앞둔 현빈의 '하얼빈'을 꺾고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한 것.
이 영화는 2020년 개봉한 '히트맨'의 속편으로 테러 사건의 범인으로 몰리게 된 웹툰 작가의 이야기를 그렸다. 국가정보원 출신의 웹툰 작가라는 특별한 설정의 주인공 준(권상우)이 흥미를 끌며, 코미디, 액션을 통해 웃음과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히트맨2'는 CGV의 골든에그지수에서 82%를 기록하며 엇갈리는 평가를 받았다. 네이버 영화에서는 10점 만점에 7.92점, 왓챠피디아에서는 5점 만점에 2.3점으로 나타났다.
권상우, 정준호, 이이경, 황우슬혜 등 배우들 간의 케미가 좋고 가벼운 분위기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긍정적인 반응과 스토리가 진부하고 다소 고루하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공존한다.
권상우는 최근 무대인사에 올라 "여러분들에게 '제발 영화 재밌게 봐주세요', '주변에 소문 내주세요'같은 약한 말은 하고 싶지 않다"면서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그는 "진짜 간절하다"며 "'검은 수녀들'과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이기고 싶다"고 애원했다.
또 권상우는 인터뷰를 통해 "기회가 된다면 (성적이) 계단식으로 성장하는 시리즈물로 만들고 싶다"며 "3편까지는 구상을 해뒀고 마음속으로는 4편까지 쭉 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권상우가 견제했던 '검은 수녀들'은 지난 24일 개봉했다. 이틀간은 '히트맨2' 천하였으나 '검은 수녀들'의 개봉으로 박스오피스의 판이 갈릴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검은 수녀들'은 개봉 철날 예매율 41.1%로 '히트맨2'(18.4%)를 가뿐히 제쳤다. '히트맨2'에도 희망은 있다. 관객 중 50대 이상이 관객의 4분의 1 수준이라 매표소에서 티켓을 구매하는 관객이 많기 때문이다.
'검은 수녀들'은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2015)의 스핀오프다. 김신부(김윤석), 최부제(강동원)가 부재한 상황에서 구마가 허락되지 않은 수녀들이 금지된 의식에 나선다는 설정이다. 장 감독이 아닌 '해결사', '카운트'를 맡았던 권혁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개봉일 기준 '검은 수녀들'은 네이버 평점 8.15점을 기록했다. 오컬트의 새 지평을 열었던 전작에 대한 기대감에 비하면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홍보를 위해 예능, 유튜브 콘텐츠에 출연하며 화제성을 싹쓸이 하고 있는 '슈퍼스타' 송혜교의 위력은 무시할 수 없다. 피앰아이(PMI) 설문조사에서 이 영화는 '이번 주 가장 보고 싶은 영화' 1위를 차지했다.
설 연휴 무대인사도 다닌다. 27일을 뺀 모든 휴일에 송혜교, 전여빈, 문우진, 권혁재 감독이 출격할 예정이다.
송혜교는 "10년 사이 홍보 방식도 많이 바뀌어 이런 현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어떻게 해야 대중이 좋아하고 재밌어할까 걱정도 많았지만, 이번 기회에 편안해진 요즘 모습으로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 용기를 낸 것"이라고 밝혔다.
권상우가 무대인사에서 무릎을 꿇었다는 소식을 듣고 송혜교는 "'히트맨2'는 코미디라 그렇게라도 할 수 있는데 저는 무대 인사를 가서 기도를 해야 하나"라며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영화에서처럼 관객에게 '이름을 말해'라고 소리를 질러봐야겠다"고 귀띔했다.
임시공휴일인 27일에 개봉하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은 탄탄한 팬덤을 보유한 엑소 멤버 도경수가 주연을 맡았다.
이 영화는 시간의 비밀이 숨겨진 캠퍼스 연습실에서 유준과 정아가 우연히 마주치면서 시작되는, 기적 같은 마법의 순간을 담은 판타지 로맨스 영화로 2008년 개봉해 '판타지 로맨스의 정석'으로 불린 대만 원작을 리메이크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예매율(24일 기준)은 10%로 '검은 수녀들'과 '히트맨2'를 뒤쫓고 있는 상황이다.
도경수는 "영화가 잘 되면 좋은 거지만 전체적으로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줄어든 것 같아서 지금 상영하고 있는 영화들이 다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를 좋아하셨던 분들이 영화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사운드, 스크린의 장악력 등을 기억하시고 오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도경수는 함께 출연한 원진아, 신예은, 서유민 감독과 함께 28일, 30일부터 2월까지 무대인사를 다닐 계획이다. 같은 시기 개봉작 주연 선배들의 홍보를 언급하자 도경수는 "큰일이다. 저도 뭐라도 할 것"이라며 포부를 전했다.
한 홍보사 관계자는 "큰 영화가 극장가 흥행을 끌고 가는 힘이 있겠지만 허리 역할을 하는 경쟁작들도 함께 있어야 한다"며 "이번 설엔 다양한 장르의 한국 영화가 개봉된 점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이번 설 연휴가 길기 때문에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많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며 "엄청난 대작들은 아니지만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폭넓은 세대의 관객을 아우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