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내수 출하량은 4000만t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359만t보다 8%가량 줄어든 수치다. 5024만t을 기록했던 2023년보다도 20%가량 감소했다.
국내 착공물량이 줄어들고 있는 게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주택 착공 물량은 58만3000가구로 최고점을 찍었다. 이후 2022년 38만3000가구, 2023년 24만2000가구로 매년 크게 줄고 있다. 지난해도 10월 기준 21만8000가구로 조사됐다. 건설업계에선 올해 착공 물량 역시 20만가구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탄핵 정국으로 건설사들이 착공이나 분양 시기를 대거 미루는 등 건설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게 주된 착공 물량 감소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원자재 값과 인건비가 상승하고 시장금리도 여전히 높아 공사 원가도 매년 상승하고 있다. 지방에선 미분양이 쌓이면서 건설사들의 주택 사업이 미뤄지고 있다.
사회간접자본 투자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25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9000억원 삭감됐다. 이런 이유로 건설 자재업계도 직·간접적인 타격을 받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시멘트 제조의 핵심 원료인 유연탄 가격은 하락하고 있지만 고환율로 업계 수익성은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멘트 1t을 생산할 때 필요한 유연탄은 통상 100㎏ 정도로 투입 연료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올해 1월 호주 뉴캐슬산 전력용 연료탄(유연탄) 국제가격은 t당 115달러로 3개월 연속 하락세다. 반면 지난해 12월 이후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 시멘트사 관계자는 “시멘트의 경우 연료 수입 대금을 미리 결제했거나 뒤로 미룰 수 있어 당장 불안감이 와닿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다만 불안한 국내 정국 상황이 장기화돼 고환율과 건설 경기 불황이 길어질 경우 직접적인 비용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레미콘 업계도 사정은 다르지만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열린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와 수도권 레미콘 업계 간 올해 레미콘 협정단가 6차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레미콘 단가는 수도권 기준 1㎥(루베)당 9만3700원이다. 5500원 인하를 요구했던 건자회는 최근 4500원까지 인하 폭을 낮췄다. 레미콘 업계는 인상 폭을 3000원에서 2200원으로 내리기로 했지만, 양측 간 간극이 크다.
건자회는 최근 국제 유연탄 가격이 하락하면서 시멘트 가격 인하요인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레미콘 업계는 출하량은 줄어드는데 시멘트 요금 변동 가능성이 아직 적은데다 전기 요금과 인건비 등이 오르고 있어 레미콘 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에 따르면 2023년 레미콘 전국 출하량은 1억3583만㎥로 전년(1억4134만㎥) 대비 3.9%가량 하락했다. 지난해 출하량 역시 2023년보다 20%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레미콘 출하량의 선행지표인 착공물량이 올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제 신규 현장 일거리가 많이 줄었다. 가격을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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