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7명이 전원 사망한 대형 참사가 일어난 가운데에서도 그 탓을 민주당으로 돌리는 등 사고를 정치화(化)해 빈축을 사고 있다.
3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전날 발생한 사고와 관련한 언론 브리핑을 진행하며 "안타깝게도 생존자는 없다"면서 "이날은 우리나라의 수도에서, 또 역사에서 어둡고 고통스러운 밤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3억4000만 미국인들이 가슴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을 느끼고 있다"며 사고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트럼프는 "워싱턴DC와 미국 전역, 그리고 러시아의 재능 있는 사람들이 안타깝게도 그 비행기에 탑승했다"라면서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이 여객기에 탑승해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매우 유감이다. 우리는 이들이 느끼는 고통을 상상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서도 사고의 탓을 이전 민주당 정부로 돌렸다.
그는 "이 재앙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알아내고,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미국연방항공청(FAA)과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미군은 숀 더피 신임 교통부 장관과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나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만 오바마와 바이든, 민주당 사람들은 (자신들의) 정책만을 최우선 순위에 뒀고 그들의 정치는 더 끔찍했다"면서 "지난주, 추락사고가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나는 전국의 항공 교통관제사와 기타 중요한 직업에 대한 최고 수준의 기준을 복원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교통부 장관으로 일한 피트 부티지지를 언급하며 "그가 교통부를 운영한 뒤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됐다. 그는 재앙 그 자체였다"라면서 "그는 4만5000명의 직원을 거느렸는데, 그의 다양성 정책으로 인해 제대로 파멸의 길을 걸었다"고 주장했다. 전임 행정부에서 항공 안전을 담당하는 사람들을 채용할 때 능력보다 인종과 성별, 계층 등의 다양성을 중시한 탓에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는 주장이지만, 따로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앞서 지난 29일 오후 8시53분께 미국 워싱턴DC 인근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 착륙하려던 아메리칸항공 여객기가 근처에서 훈련하던 육군 헬기와 충돌해 두 항공기 모두 포토맥강에 추락했다. 구조당국에 따르면 두 항공기 탑승자 67명이 전원 사망한 것으로 판단됐다.
AP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2001년 11월 12일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출발한 아메리칸항공 여객기가 이륙 직후 인근 주택가로 추락해 260명 전원이 사망한 뒤로 인명 피해가 가장 큰 항공기 사고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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