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시장 철수로 흔들렸던 휠라, 레트로 열풍·中 공략에 '훨훨'

입력 2025-01-31 17:34   수정 2025-02-10 16:22


지난해 미국 시장 철수로 휘청였던 휠라가 회복세를 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기업을 이용하는 현지화 전략이 먹혀들고 있는 데다 휠라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레트로(복고) 바람이 꾸준히 불면서다.

31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휠라가 중국에서 벌어들이는 디자인수수료(DSF) 매출이 지난해 800억원에서 올해는 9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휠라는 중국 패션 1위 업체로 안타(Anta)를 통해 현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의 나이키’로 불리는 안타는 휠라의 디자인 가운데 중국인이 좋아하는 제품과 한정판 등으로 매출을 늘리고 있다. 직접 운영의 위험성을 줄이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패션업계가 주목하는 비즈니스 모델로도 떠올랐다.

중국뿐만 아니라 지난해 내놓은 복고풍 스니커즈 ‘에샤페’도 내수 불황을 이겨내는 돌파구가 되고 있다. 휠라 모델의 이름을 따서 ‘한소희 운동화’로 불린 스니커즈 인기는 ‘K컬처’ 팬들의 관심을 끌어모았고 한소희가 입었던 다운 재킷 품귀 현상까지 빚어졌다. 어글리슈즈로 트렌드를 주도하면서 2018년 1분기까지 300억원을 넘지 못한 분기 영업이익이 2019년 2분기에 700억원을 넘어선 사례를 떠올리게 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휠라의 부활 조짐에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5065억원으로 지난해(3970억원)보다 27.6% 늘어났다. 3개월 전 전망치(4755억원)보다 6.5%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컨센서스가 52억원 영업손실이고 일부 증권사에서는 영업 손실 규모를 100억원 이상으로 예상한 것을 감안하면 급속도의 개선이다.

휠라는 지난해 11월 미국 시장에 진출한 지 24년 만에 현지 법인 휠라USA를 철수하면서 회계적으로 큰 폭의 손실을 반영해야 했다. 휠라는 브랜드를 라이프스타일로 받아들이는 미국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여기에 코로나19가 덮쳐 악성 재고가 터지면서 직접 운영에 따른 고정비 손실을 그대로 떠안아야 했다. 휠라는 2022년 80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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