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지는 차로 10~20분 거리에 있는 화성시 동탄과 오산시 가장, 평택시 진위 등에 있는 산업단지. 삼성과 LG 같은 대기업뿐 아니라 코스닥시장 상장사와 벤처기업이 밀집한 곳이다. 안양에서 1호선을 타고 동탄 산단으로 출근하는 20대 김모씨는 “출퇴근 시간이면 1호선 전철역이 젊은 직장인들로 붐빈다”며 “먼 길이어서 중간에라도 앉아 가기 위해 옆 사람들과 매번 눈치 싸움을 하곤 한다”고 말했다.
천안행 전철 1호선이 2030 직장인의 ‘통근 열차’로 자리 잡았다. 이른 아침 아산 온양온천으로 가는 65세 이상 고령자로 붐비던 무료 ‘실버라인’에서 탈바꿈한 것이다. 1호선 역사인 오산, 평택과 충남 천안, 아산에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유수의 정보기술(IT) 기업이 잇달아 입주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1호선이 ‘K반도체 벨트’를 대표하는 ‘테크 라인’으로 떠오른 것은 각종 지표로도 확인할 수 있다. 평택시의 50인 이상 사업체는 2019년 618개에서 2023년 706개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오산시의 100인 이상 중견 사업장은 59개에서 68개로 증가했다.
1호선 테크 라인의 중심도시인 화성과 평택, 아산의 인구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8년 연속 증가했다. 고급 연구개발(R&D) 인력의 ‘구직 남방한계선’이 성남 판교, 용인 기흥에서 경기 남부와 충청권으로 내려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닥 상장사 센코의 하승철 대표는 “좋은 기업들이 집적되면서 주거 환경도 개선돼 1호선이 지나가는 도시에 청년층이 몰려들고 있다”며 “결국 양질의 일자리가 지역을 완전히 바꾼 것”이라고 했다.
실제 화성, 평택, 아산 등 ‘K반도체 벨트’의 인구는 총 282만 명(올해 1월 기준)으로 2008년과 비교해 68% 늘었다. 경제계 관계자는 “이 지역에 기업이 안착하고 좋은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인재가 몰려드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오산·평택=황정환/은정진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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