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북극항로 개척 등 국가 균형 발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부산을 방문했다. 이날 이 대표와 만난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제정 등 지역 염원이 큰 현안에는 반응하지 않았다며 '부산을 냉대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6일 오전 부산항만공사 신항사업소 부산항홍보관에서 부산항만공사 임직원들로부터 북극항로 개척 사업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에 앞서 박형준 부산시장과도 약 20분간 회동해 지역 발전 방안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았지만 뚜렷한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이 대표는 북극항로 개척이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한 반면 박 시장은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제정과 KDB산업은행 이전 문제가 더 급하다고 호소했다.
북극항로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새로운 뱃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국, 러시아 등이 앞다퉈 북극항로 개척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선 지방자치단체인 부산시가 가장 먼저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이후 이 대표도 지난달 1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차원에서 장·단기적으로 지원하겠다며 부산시와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유럽 가는 시간이 3분의 1 줄고 운송료 절감도 30% 이상 될 것"이라며 "나중에 선점한 상태서 후발로 참여하면 포션(지분) 갖기 어려워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공개 면담에선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고 조승래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박 시장도 북극항로 개척사업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지만 시급한 과제가 더 많다며 각을 세웠다. 비공개 면담 때 박 시장은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과 산은 이전에 반응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박 시장은 회동 이후 취재진에게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과 산은 이전에 대한 이재명 대표 답을 듣기 위해 왔는데 일언반구도 없었다"며 “저를 무시했다는 생각을 넘어서서 우리 부산 시민들을 냉대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박 시장이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의제를 꺼냈다고 반발했다. 이재성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은 "오늘은 북극항로개척 관련 이야기를 중심으로 논의하기로 합의된 자리였다. 이런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건 유감"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날 면담에 참석했던 전재수 민주당 의원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 시장이 내년 지방선거 때문에 작정하고 판을 깼다"고 했다.
비공개 면담 때 전 의원이 보완 설명하려고 하니 이 대표가 말을 막고 일어섰다는 박 시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억울하단 입장이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전 의원이 일찍 왔으면 좋았을 텐데, 비행기 편 때문에 간담회 중간에 합류했다. 마치려는 순간에 와서 나중에 말하면 좋겠다는 취지로 한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송기인 신부를 만날 예정이었으나 무산됐다. 민주당에 따르면 송 신부의 건강상 이유로 일정이 취소됐다.
부산=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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