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미국과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200조원 규모의 펀드를 설립·운용한다.
상대적으로 투자 기간이 긴 장기 펀드를 정부 주도로 조성해 스타트업들이 초기 단계의 자금난을 극복하고 딥시크처럼 국가 대표급 AI 업체로 성장하는 걸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본지 2월11일자 A9면 참조
7일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정산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장관급)은 6일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한국의 국회 격)를 계기로 열린 경제 장관 합동 기자 회견에서 "가까운 시일 안에 국가 창업 투자 인도 기금을 설립할 것"이라며 "목적은 혁신형 기업을 우수하게, 강하게, 크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CCTV는 이 새로운 기금을 '창업 영역의 항모급 펀드'라고 지칭한 뒤 "주로 금융 자본의 초기 투자, 소기업 투자, 장기 투자, 하드코어 테크놀러지(硬科技·진입장벽이 높은 첨단 기술) 투자를 위한 것"이라며 "지방·사회 자본 약 1조위안(약 200조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금 존속 기간은 20년으로 다른 민간 펀드들보다 길다.
이 기금은 AI와 양자 과학·기술, 수소 배터리 등 첨단 영역에 집중될 전망이다. 창업 초기 단계의 기업들에 집중 투자되고 획기적이고 독창적인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의 기술 개발에 쓰인다. CCTV는 "전략적 신흥 산업, 미래 산업 육성에 자금을 활용하려는 목적"이라고 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도 동참한다. 인민은행은 과학기술과 혁신 영역에 대한 재정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채권시장 내 과학기술혁신 채권 전용시장인 이른바 '과기판(科技板)'을 조만간 출범할 계획이다.
판궁성 인민은행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융사, 기술 기업, 사모투자사 등 3대 주체의 채권 발행을 지원하고 과학기술 혁신 관련 채권의 체계를 풍부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과학기술 혁신과 기술 전환을 위한 재융자 정책을 최적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판 행장은 "관련 재융자 규모를 현재 5000억위안에서 8000억~1조위안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정책 지원의 범위를 더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우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 역시 자본시장 개혁·개방을 가속화하고 딥시크로 대표되는 중국 첨단 기술 업체들에 대한 지원 강도를 높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전인대 기간 내내 과학·기술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과학·기술 혁신과 산업 혁신은 신품질 생산력 발전의 기본 경로"라며 "과학·기술 혁신과 산업 혁신을 융합하려면 플랫폼 건설과 체제 메커니즘 완비를 해야 하고, 혁신 주체로서 기업의 지위를 강화해 혁신 사슬과 산업 사슬이 원활하게 연결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 민주당파·교육계 위원들과 회의에서는 교육을 강화해 과학기술을 지원하고 인재를 더 많이 배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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